"금리 단층 메우고 AI 금융기술 수출까지…韓 대표로 우뚝 설 것" [CEO&STORY]

2025-08-06

국내 금융 소비자들에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은 아직은 낯선 분야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 및 기관투자가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일반 사람들에게는 ‘P2P 대출’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 온투업은 2020년 온투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고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과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사이에서 ‘1.5금융’이라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많은 온투업체 중에서도 2015년 ‘피플펀드’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온투법 시행 이후 첫 번째로 인가를 받은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누적 연계액 2조 230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순히 대출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수출하는 글로벌 ‘렌딩 테크(Lending Tech·여신기술)’ 기업으로의 성장도 모색하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서 '금융 혁신자'로

이수환(사진) PFCT 대표는 6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는 기술 기반의 금융 혁신으로 1.5 금융을 실현해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금리 단층’을 메우고 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는 AI 기반의 기술 수출을 확대해 아시아 최고의 렌딩 테크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PFCT에 합류하기 전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드컴퍼니에서 10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특히 베인앤드컴퍼니에서는 서울·도쿄·뭄바이 사무소 등을 거치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최연소 상무로 발탁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랬던 그가 2015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떠나 PFCT에 합류한 데는 ‘혁신을 조언하는 사람’에서 ‘직접 혁신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당시에는 P2P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었지만 산업의 변곡점마다 변화와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주저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금융은 의식주만큼 우리 생활에 깊이 관여하는 영역이지만 국내 금융의 경우 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당시 해외에서는 아마존·에어비앤비 등 여러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직거래 구조의 공유경제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유독 금융 분야만큼은 변화가 더뎠다. 이 대표는 “왜 금융 분야는 다른 분야만큼 변화가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다”며 “바로 그 지점에서 기술을 통해 구조를 혁신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한국에서도 제도 정비만 뒤따른다면 충분히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을 위한 더 나은 금융 주목

2015년 이 대표가 전략총괄이사(CSO)로 합류했던 PFCT가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한 것은 ‘금리 단층’이었다. 소득이나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에서는 외면받는 중저신용자, 신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등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1금융과 2금융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슬로건으로는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을 내세웠다. ‘보통 사람’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절반의 평범한 사람들을, ‘보통이 아닌 금융’은 기존 금융권보다 더 좋은 조건의 금융을 의미했다. 이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중저신용자, 청년, 긱워커(초단기노동자) 등 기존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고 그 사람들의 상환 능력을 명확히 평가해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데 많은 기술 투자를 단행했다”며 “사내에 기술 연구개발(R&D) 연구소를 두고 연간 약 50억~100억 원 수준의 기술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리스크 관리 분야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금융 기회를 제공해 금리 단층을 메우려면 정교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뒷받침돼야 했다. 이를 위해 AI 기술을 사업 초기부터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금리 단층 문제의 본질이 ‘정보 비대칭’과 ‘평가 역량의 한계’에 있는 만큼 AI와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더 정교하게 변별해낼 수 있는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력의 집약체가 바로 PFCT가 자체 개발한 AI 리스크 관리 솔루션 ‘에어팩(AIRPACK)’이다. 비정형 데이터와 대체 정보를 종합해 개인의 상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이 B2B 솔루션은 2023년 1월 첫 번째 성능 검증을 마치고 불과 반년 뒤인 그해 8월부터 금융기관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연체 여부나 과거 이력에 머무르지 않고 거래 패턴과 납부 이력, 플랫폼 활동, 소비 구조 등 다양한 신호를 읽어내고자 했다”며 “정책이나 제도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따라가기 힘든데 AI 기술이 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AI 활용한 리스크 관리·해외시장 개척

에어팩은 각종 규제로 대출 사업의 폭발적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PFCT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잡았다. 현재 PFCT는 롯데카드·SBI저축은행·OK저축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에 에어팩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빠르게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주목한 곳은 동남아시아 시장이었다. 그는 “금융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체율 문제는 큰 화두인데, 특히 동남아시아는 한국보다 연체율이 몇 배는 더 높다”며 “어쩌면 PFCT가 이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잘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첫 진출은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졌다. OK금융그룹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OK뱅크 인도네시아(OK Bank Indonesia)’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첫 해외 진출이었던 만큼 처음부터 확신이 있지는 않았다. 특히 동남아는 데이터 인프라가 한국보다 열악하고 신용 데이터의 구조나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응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달 내로 시장 환경에 적응해 PFCT의 기술을 적용한 결과 연체율은 기존 대비 40%가량 낮아졌고 대출 규모는 60~70%가 늘었다.

PFCT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1위 개인신용조회회사 페핀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페핀도의 모든 신용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얻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금융사들이 신용 데이터를 따로 구매할 수가 없어 각 금융사들은 자기 고객들의 신용 데이터만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전체 시장의 신용 데이터에 기반한 AI 신용평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내 현지 금융사들은 보다 상세한 데이터 지표에 기반해 대출 승인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PFCT는 지난해 7월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위험 채무자 비율을 2~3% 낮추기 위한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또 9월에는 우리카드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와 MOU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롯데카드 베트남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과 MOU를 맺고 베트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현재는 호주·일본·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로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이다. 이 대표는 “신용평가 모형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KS 스코어’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두는데 숫자가 높으면 모델의 변별력이 높다고 본다”며 “일반 금융권이 40~50 정도라면 PFCT는 60을 훌쩍 넘겨 국내 금융사의 연체율은 20%, 해외는 40% 가까이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시장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어 “연체율만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 취급 규모 역시 1.6~7배 늘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금융기술 인프라 구축

PFCT에 따르면 에어팩 사업은 개시 이후 약 1년 만에 회사 전체 이익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파이코(FICO), 엑스페리언(Experian)과 같은 해외 금융기술을 들여온 적은 있어도 국내에서 금융기술을 수출해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없었다”며 “PFCT가 AI로 금융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 분야에서 이름값을 하는 첫 번째 한국 회사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지방 저축은행이나 중소형 캐피털사와 같은 규모가 작은 금융기관도 쉽게 쓸 수 있는 라이트 버전의 에어팩도 개발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의 ‘엑셀’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더 많은 금융사들이 더 나은 평가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그 효율이 고객에게 전달되고 사회 전체의 금융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며 “ 기술을 기반으로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을 제공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82년 서울 △2006년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BGC) 전략컨설팅 부문 컨설턴트 입사 △2011년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전략컨설팅 부문 상무 △2015년 PFCT 사업전략총괄(CSO), 부대표 △2023년 PFC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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