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아이콘이 된 아르헨티나의 영부인과 가난한 뉴욕의 청춘들. 배경도 주인공도 다르지만 <에비타>와 <렌트>는 공통적으로 말 대신 노래로 시대를 기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뮤지컬’이다. 1978년 웨스트엔드에서 첫 선을 보인 <에비타>,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렌트>는 현재까지 공연을 이어가며 대표적인 성스루 뮤지컬로 꼽힌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젠티나~ 지킬 게 약속 날 믿어줘요.” 14년 만에 돌아온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 페론’의 생애를 ‘체’라는 내레이터를 통해 돌아본다. 세계적인 뮤지컬 콤비 팀 라이스(작사)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가 협업했다. 후안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에바 페론이 승리를 축하하며 국민을 향해 부르는 ‘Don’t Cry for Me Argentina(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는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 중 하나이다.
<에비타>는 가난한 시골 소녀 에바가 배우에서 퍼스트레이디에 올라서고 젊은 나이에 죽기까지 파란을 그리면서 그를 둘러싼 대중의 열광과 비판을 엮어낸다. 여기서 음악은 단순히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랑·욕망·권력이 뒤섞인 아르헨티나의 시대 분위기를 무대에 펼쳐낸다.
작품은 ‘가난한 자들의 성녀’ 혹은 ‘포퓰리즘의 시초’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에비타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전임 대통령의 ‘문제적’ 영부인 때문에 무대 안팎에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것 같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페론 부부로 함께 무대에 서는 것도 볼거리다. 광림아트센터에서 2026년 1월11일까지.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날….” 10연을 맞은 <렌트>는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청춘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그려낸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이 직접 경험한 시대의 불안을 바탕으로 탄생한 <렌트>는 20세기 말 동성애, 에이즈, 마약 중독 등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며 그 시대 젊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작품은 별다른 무대 변경 없이 소품과 조명을 통해 장면을 전환한다. 하지만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통해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해 다음 해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가난한 청춘들의 사랑과 연대, 상실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들은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기에 오늘의 소중함을 치열하게 노래한다.
5인조 록밴드가 무대의 일부처럼 한켠에 올라와있다. 펑크·록·팝·가스펠이 뒤섞인 음악은 청춘의 현실과 분노, 사랑을 거칠고 생생하게 드러낸다. 잘 알려진 넘버인 ‘Seasons of Love(사랑의 계절)’는 사랑으로 채워진 시간이 삶의 가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반복 선율로 전한다. 노래가 된 대사는 치열한 젊음의 기록이 된다. 코엑스아티움에서 2026년 2월22일까지.
참고로 두 작품은 공교로운 접점이 있다. <렌트> 등장 인물 ‘베니’의 반려견 이름이 ‘에비타’라 사소한 웃음을 준다. 음악이 감정을 넘어 삶과 시대까지 증언하는 ‘성스루 뮤지컬’의 매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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