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5000t급 군함 세울 '기술'이 없다…북한, 러시아에 SOS 치나

2025-05-22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감시대에 올라 훈련강령에 따라 전투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대상물 정찰 및 습격 전투 훈련을 봤다"고 전했다. / 사진=뉴스1(노동신문)

북한이 5000t(톤)급 군함을 물에 띄우려다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등에 도움을 요청할지 주목된다. 북한의 군함은 함미(艦尾·군함의 꼬리)부터 물에 떨어졌으나 함수(艦首·군함의 머리)가 땅에 걸려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추정된다. 사고를 수습하려면 관련 기술력과 대형 크레인 등 장비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이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해군 예비역 대령)은 22일 '북한 구축함 진수 사고분석' 자료를 통해 "현재 군함이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선체가 물속에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 등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침수가 됐다면 상당한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구축함을 진수(進水·배를 물에 띄움)하는 행사를 참관했으나 중대 사고가 발생해 책임자 등을 문책했다고 노동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신문 내용을 분석해보면 북한은 현재 한국에선 쓰지 않는 '측면 진수' 방식으로 군함을 바다에 띄우려다 사고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측면 진수는 군함을 육상에서 건조한 후 경사면에서 바다로 군함의 옆면을 미끄러뜨리는 방식이다.

함수와 함미를 동시에 바다로 떨어뜨려야 하지만 조작상 부주의로 군함이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함미만 바다 위로 떨어지면서 배 밑에 구멍이 생겼고, 함수는 여전히 육지에 걸려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새로 건조한 구축함 진수 기념식이 조선혁명의 첫무장력의 창건일인 뜻깊은 지난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형 구축함은 5000톤(t)급이다. / 사진=뉴스1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측면 진수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서 "현재 (군함이)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군함을 고치려면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아예 바다에 밀어넣은 후 플로팅 바지선으로 띄워야 하는데 북측의 기술력이나 장비 수준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 등에 관련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함정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진수한 5000t급 신형구축함 '최현호'와 사실상 동급이다. 북한의 군함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추후 해상에서도 핵공격을 자행할 수 있는 자산이다. 함대공·함대지·함대함 미사일을 갖췄고 첨단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의 원인은 촉박한 시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최현호 진수식 사흘 만에 첫 무장사격에 나서는 등 해군력 강화와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군함에도 이미 탄을 탑재하고 화력 시험을 준비했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약 2주 전 포착된 상업위성사진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구축함에 함포와 수직발사관 덮개도 없는 등 미완성 상태였다"며 "2주 만에 진수식이 이뤄졌다는 것은 급하게 진수식이 진행한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구축함 진수 실패 소식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군의 기강 해이와 내부 동요를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한미 군사정찰위성 등 감시 자산을 통해 밝혀지기 전 이를 선제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구축함 진수 실패 사실을 공개한 직후 순항미사일을 여러발 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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