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종식’ 시리아서 최악 인명피해…옛 독재정권 잔당 반란 후 이틀새 1000명 숨져

2025-03-09

서부 해안지역서 알아사드 잔당 소요 사태

해묵은 종파 갈등, ‘보복 살인’으로 번져

‘정상국가’ 궤도 박차 과도정부, 난관 봉착

지난해 말 권좌에서 축출된 시리아의 옛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잔당이 소요 사태를 일으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이틀간 100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단기간에 벌어진 최악의 인명 피해다.

8일(현지시간) 시리아 분쟁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지난 6일 시리아 서부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 이후 민간인 745명과 정부군 126명, 친알아사드 무장세력 1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러시아로 망명한 독재자 알아사드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무장세력이 서부 라타키아에서 매복 공격을 일으키며 촉발됐다. 과도정부는 잔당 진압을 위해 서부 해안지역인 라타키아, 타루투스 일대의 모든 도로를 봉쇄하고 헬기를 동원한 광범위한 군사 작전을 벌였다. 전력과 식수도 차단했다. 이 일대는 2대에 걸친 세습 독재 정권이었더 알아사드 가문의 출신지이자 핵심 지지 기반이 됐던 지역으로, 친알아사드 세력인 알라위파(무슬림 시아파의 한 종파)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소요 사태는 약 하루 만에 진압돼 8일 현재 정부군이 이 일대를 통제하고 있으나,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사상자가 늘어난 데는 알아사드 정권으로부터 거센 탄압을 받았던 무슬림 수니파 무장세력이 알라위파를 겨냥해 ‘보복 살인’을 자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라위파는 시리아 내 소수 종파지만 알아사드 정권에서 고위직을 차지하며 실권을 쥐었다. 알아사드 정권 퇴출 후 이번 소요 사태를 주도했다. 상당수 알라위파가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독재정권 부역자’라는 이유로 정부와 군대 등에서 해고됐다.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킨 반군단체의 수장에서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에 오른 아흐메드 알샤라는 전날 연설에서 잔당의 투항을 요구하며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세력을 향해서도 ‘과잉 대응’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도덕성을 포기하면 그들과 같아진다”며 알라위파 민간인과 포로를 공격하지 말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제 요청에도 수십년간 이어진 ‘해묵은 갈등’은 결국 참혹한 살상으로 이어졌다. 알라위파 마을 주민들은 수니파 무장세력이 거리에서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으며, 일부 지역에선 무장대원들이 주민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해 종교와 종파를 확인한 뒤 알라위파를 골라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알라위파 상점과 주택을 불태우면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인근 산이나 러시아 공군기지를 향해 도망쳤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바니야스에서 도망친 주민 알리 셰하(57)는 “마을에서 이웃 최소 20명이 살해됐다”면서 “이는 알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알라위 주민들에게 보복 살인을 하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SOHR에 따르면 보복 살인은 8일 이른 새벽을 기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약 이틀간의 유혈 충돌로 인한 사상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전 기간 알아사드 정권이 자행한 자국민 학살을 추적해온 SOHR의 라미 압두라흐만 대표는 “이것은 시리아 분쟁 역사상 가장 심각한 학살 중 하나이며, 알라위 인구를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파적 학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부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소요사태 진압 중 ‘위반 사항’이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혼란스러운 전투 와중 정부군을 지원하는 무장세력들의 개별적인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령부의 명령을 어기고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군사법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알아사드 정권 축출 뒤 내전으로 황폐화된 시리아를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시리아 과도정부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군 연합이 세운 과도정부는 알아사드 정권이 남긴 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포용적인 통치를 하겠다고 거듭 약속하는 등 시리아를 정상국가 궤도에 올리기 위한 외교와 내치에 주력해 왔다. 전날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는 긴급 외교장관 회의에서 2012년 정지시킨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13년 만에 복원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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