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 악몽 되살아나나…EU, 평화유지군 추가 파견
세르비아계 통치자 도디크, 분리·독립 움직임 가시화
미국·유럽 등 서방권, 도디크에게 경고…러시아는 연대 표명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에서 다시 민족 분쟁의 기운이 감돌자 유럽연합(EU)이 평화유지군 추가 파견을 결정했다.
9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평화유지군인 유럽통합군(EUFOR)은 지난 7일 성명에서 "보스니아에 주둔하는 EUFOR의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모든 시민의 안전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EUFOR는 추가 병력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EU가 현재 1천100명 규모의 보스니아 내 EUFOR 병력에 400명을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FOR는 10만명의 사망자를 낸 보스니아 내전(1992~1995) 종식을 위해 체결된 '데이턴 평화협정' 이행을 보장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오랜 민족·종교적 반목으로 내전으로까지 치달았던 보스니아는 최근 세르비아계가 분리·독립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보스니아 연방에 속한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의 지도자인 밀로라도 도디크는 보스니아의 평화를 감독하는 유엔 특사의 결정에 불복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징역 1년, 정치활동 6년 금지를 선고받았다.
도디크는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고, 스릅스카공화국 의회는 즉각 중앙 정부의 경찰, 사법, 정보, 검찰 기관이 공화국 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스니아 헌법재판소는 지난 7일 스릅스카공화국 의회에서 통과된 이 법안에 대해 최종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전까지 법안의 시행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보스니아의 헌법 질서와 주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디크는 헌재의 결정을 즉각 거부했다. 그는 헌재에 세르비아계 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헌재의 판결에는 정당성이 없으며 합법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경 민족주의자인 그는 2021년부터 스릅스카공화국이 보스니아에서 완전히 분리·독립해 민족·종교가 같은 세르비아로 합병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계(이슬람교)와 크로아티아계(기독교)가 지배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세르비아계(정교회) 스릅스카공화국이 1국가 2체제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각 민족을 대표하는 3인의 대통령 위원이 통솔하는 중앙정부와 연방의회가 존재한다. 도디크는 보스니아계의 대통령 위원직을 맡고 있다.
또 다른 분쟁 예방을 위해 민족 분포를 기준으로 지배 체제를 나누되 하나의 국가 형태는 유지케 하려는 시도였으나 도디크 대통령이 분리·독립 움직임을 가속하면서 30년간 이어져 온 '불안한 평화'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유럽 등 서방은 도디크의 분리주의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도디크의 행동은 보스니아의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위험하고 불안정한 행동에 맞서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도디크를 지지한다. 러시아는 그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외무부를 통한 성명에서 도디크 대통령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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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