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은 사람은 누굽니까?

2025-02-07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2월 3일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들 3개국이 즉각 보복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지요.

외신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트럼프의 입에 세계 유수의 통신사 사진기자들이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면 사진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정상의 모습을 나란히 썼습니다.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서명한 펜을 던지는 트럼프와 ‘보복관세’ 부과를 발표하는 트뤼도, 정부 행사에서 연설하는 세인바움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2월 4일

국내 금융시장도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관세 부과의 영향권에 는 드는 2차전지·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추락하며 코스피는 2.5% 넘게 급락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대까지 올랐지요. 금융시장은 종일 출렁였습니다.

관련 사진이 1면입니다. 흔히 코스피 종가와 환율이 대형 전광판에 떠 있는 직관적인 사진을 쓰는데요. 이날은 은행 딜링룸 내 설치된 TV 뉴스채널의 트럼프 관세 보도 화면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와 딜러의 모습으로 관세전쟁의 영향을 표현했습니다.

■2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병력이 출동한 것에 대해 “내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경 지휘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체포하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니요. 궤변입니다.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한 윤 대통령이 손짓해가며 진술하는 모습을 헌재 제공 영상에서 캡처해 1면 사진으로 썼습니다.

■2월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 장기간 소유·개발하고 가자 주민들을 제3국으로 영구 이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안은 그간 미국이 견지해온 중동 정책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과도 상반된 내용입니다. 트럼프 특유의 ‘매드맨’(미치광이) 협상 전략이 반영된 구상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트럼프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이 ‘매드맨’의 얼굴이 되도록 작게 나온 사진을 쓰고 싶었습니다.

■2월 7일

사진회의 시작할 때쯤 내리기 시작한 눈은 이내 폭설로 바뀌었습니다. 헌재 탄핵심판 6차 변론의 윤 대통령과 증인들, 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이 1면 자리를 다투다가, 퇴근길 기습폭설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폭설사진이 매번 보는 피로도 높은 탄핵심판 사진의 대안이 될 수 있었지요.

이날 1면 톱기사는 윤 대통령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힘껏 띄웠던 동해 심해 유전탐사,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작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은 사람은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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