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 딜레마 빠진 '위안화'

2025-02-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지난 1일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5% 추가 관세를 매긴 캐나다, 멕시코에 비해 낮지만 대선 캠페인 때 중국에 60% 추가 관세를 공약했기 때문에 10%로 그치진 않을 것이다. 4일엔 미 국토안보부와 관세국보호청이 ‘여행객이 휴대하는 개인 소지품과 일부 인도주의적 기부 물품을 제외한 모든 홍콩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승인한 홍콩의 ‘독립관세구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조치다.

중국 측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추가 관세와 면세 한도(deminimis exemption) 및 환급 가능성에 관한 조치들이 모두 1994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994)상 미국의 최혜국 의무 조항과 관세 의무 조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취임은 이미 어려움에 처한 중국 정부의 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경제·금융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추고 금융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요구로 중앙은행은 정반대의 정책들로 통화의 외환 가치를 지지해야만 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의 고율 관세 공약은 인민은행에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민은행은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정책 기조를 조금씩 섞어서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노력은 어느 쪽의 목적도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침체의 길로 들어선 중국 경제를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했지만, 위안화 지지를 위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이런 시도는 중국 경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분명해진 2022년에 시작됐다.

그해 초 인민은행의 기준 대출 금리는 3.8%였다. 이후 수년 동안 중앙은행은 그 금리를 3.1%까지 낮춰 총 0.7%포인트 하락시켰다. 이는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 재정난, 그리고 청년 실업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조치라고 보기 어려웠다. 인민은행의 미온적인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금융 문제들이 뼈아프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과도한 신중함은 세계 무대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지키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기금금리를 2%포인트나 올리면서, 위안화 보유보다 달러 보유가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그 결과 위안화는 2022년 초 달러당 6.3위안에서 약 7.3위안으로 약 15%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17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위안화 가치의 하락은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세계적 교환 수단이자 중앙은행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준비자산으로 만들려는 시진핑의 야망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일부 교역 상대국들에 수출입 계약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표시하라고 주장한 시진핑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중국과 이른바 브릭스(BRICS)의 다른 회원국들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역과 국제금융의 기반으로 위안화 등 미국 달러의 대안을 개발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런 노력도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위안화의 지위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은행들이 중국이 발행하는 채권을 위안화가 아닌 달러로 표시할 것을 고집한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내세운 고율 관세가 중국 경제·금융 부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18~19년의 미·중 무역전쟁 때 그랬듯이, 새로운 고율 관세는 중국의 위안화에 더 큰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다. 물론 중국 통화의 가치 하락은 미국 구매자들이 지불하는 중국 제품의 달러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 결과로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6년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중국의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더 적은 달러를 받게 되므로 통화 가치 하락은 수익, 이윤, 글로벌 자산의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예상되는 것처럼 이런 통화 조정이 다시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는 중국의 수출과 중국 경제의 추가적인 하락 압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안화의 세계적 지위에 대한 시진핑의 야망과, 그 야망이 실현될 경우 중국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외교적 경제적 위상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이다. 그리고 인민은행은 여전히 어려움에 처한 중국 경제를 끌어안고 힘겨운 씨름을 해야 한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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