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정감사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는 사실상 '의제 실종' 상태였다. 교육자료 지위 논란 등 굵직한 쟁점이 이어졌지만, 국감에서는 후속 대책이나 추진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큰 기대는 없었다”면서도 “후속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교육위원회는 최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교육부가 사전에 배포한 '2025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는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 분야 과제 목표에 AIDT 교육자료에 대한 보고가 나와 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 “AIDT 교육자료화에 따른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학습데이터 분석·활용 체계 등 구축을 추진해 미래 교육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국감에서 교육 쟁점은 논문표절, 이배용 국교위원장 등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과 리박스쿨, 고교학점제 등으로 점철되면서 AIDT는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학교 현장과 에듀테크 업계를 소란스럽게 만든 것과는 대조되는 침묵이다.
AIDT 발행사 등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은 했지만 안타깝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 에듀테크 업계 대표는 “AIDT는 이미 법으로 정리가 돼 있는 상황에서 국감에서 메인 이슈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교육자료로 격하해놓고 다시 꺼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교육부는 법이 통과됐으니 우리(교육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AIDT를 주도해 온 국민의힘에서도 후속 대안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은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준우 아이스크림 미디어 대표는 “애초에 큰 기대는 없었고, 교육부는 이제 완전히 손을 뗀 분위기”라며 “발행사도 교육부와 소통하기보다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개별 교육청과 접촉하면서 2학기나 내년도 예산 확보를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황근식 AIDT 비대위원장은 “여당은 할 말이 없는 입장이라 그렇다고 해도 야당에서는 AIDT에 대해 한 마디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특검에서도 AIDT에 대한 왜곡된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국감에서 이런 내용들이 다뤄지지 않은 것이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교육위 국감은 30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시도교육청 감사도 남아있어 AIDT가 국감장에 등장할 여지는 남아있다. 다만 AIDT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나 후속 대안에 대한 의제보다는 정치적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정치권을 바라보기에는 지친다”며 “정부 대상 소송 준비와 동시에 AIDT 교육자료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