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넥스트 도어', 알모도바르 감독의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

2024-10-18

줄리안 무어, 틸다 스윈튼...죽음과 마주한 친구의 우정 그려

책과 예술, 영화를 통해 일상 속 죽음에 대한 성찰 보여줘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거장 반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나이를 먹어간다. 그의 영화 '룸 넥스트 도어'는 질병과 죽음을 이야기 한다. 누구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담담하게 죽음의 감정에 다가간다. 2019년작 '페인 앤 글로리'에서 나이 들어가는 불편함을 얘기한데 이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을 알모도바르가 직접 각색했다.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잉그리드와 마사는 1980년대 뉴욕에서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이였다. 작가인 잉그리드가 종군기자였던 마사가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알모도바르 감독은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마사는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외롭고 어려운 선택을 한다. 마사는 그 마지막 길에 잉그리드가 함께 있어주기를 원한다.

그런 결정을 한 뒤 두 사람은 뉴욕 근교에 있는 별장을 임대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오랫동안 종군기자로 일했던 마사에게는 10대때 출산한 딸 미셸이 있다. 그러나 오해로 인해 딸로부터 외면당한 채 살아왔다. 마사는 그 딸과의 화해를 원한다. 잉 그리드는 다크웹에서 구한 불법적인 약으로 목숨을 끊겠다는 마사의 계획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마사의 삶을 관찰한다. 그러나 마사의 한때 연인이자 현재의 남자친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경지가 느껴진다.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책과 예술, 영화를 이야기 한다. 렌탈 하우스의 복도에 걸려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People in the Sun'의 복제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의 순간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두 배우는 때로는 서로 엇물리는 톱니바퀴처럼 굴러다가가도 어느새 균형을 맞추면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강렬한 색채로 영화를 포장한다. 피클 그린과 토마토 레드를 멋지게 조화시키고, 헐렁한 벨벳 소파와 코발트 블루 벽지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죽음이 한 알의 알약으로 결정될 수도 있지만 마지막 순간들은 따스함과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에게 죽음이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마주치게 될 일상이다. "나는 좋은 죽음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마사와 그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우정을 지켜주는 잉그리드 모두 승리자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영화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3일 개봉.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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