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함께 이탈리아 국립 박물관에서 자취를 감춘 고대 로마 시대 유물이 미국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는 인류학자 다니엘라 산토로 박사는 뒷마당에서 잡초를 제거하던 중 라틴어로 ‘죽은 자의 영혼들’이라 새겨진 대리석 석판을 발견했다.
고고학자인 수잔 루스니아 툴레인대 교수는 해당 석판이 약 1900년 전 로마 해군 소속 선원 섹스투스 콘게니우스 베루스의 묘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베루스는 42세에 사망했으며, 생전에 20년 넘게 로마 제국 해군에서 복무한 인물로 알려졌다.
루스니아 교수는 “다니엘라가 보낸 묘비 이미지를 처음 보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묘비는 20명의 군인이 안치된 고대 묘지에 세워져 있던 것으로, 로마에서 약 48km 떨어진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 도시 치비타베키아에서 1860년대에 처음 발굴됐다.
이후 치비타베키아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었으나,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박물관이 파괴되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루스니아 교수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박물관 관계자가 묘비가 수십년간 사라져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묘비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을 통해 미국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산토로 박사에게 집을 매각한 에릭 스콧 오브라이언은 AP에 “해당 묘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외할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 오랫동안 이를 정원 장식으로 사용하다 잊은 채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
현재 FBI(미국 연방수사국)가 묘비를 이탈리아 정부에 반환하기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 다만 FBI 대변인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에는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AP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