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잠실 한화-두산전. 한화가 5-4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가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김서현의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김서현은 선두 타자 김인태에게 우전 2루타를 얻어맞은 뒤 박계범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김서현은 침착했다. 전날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쳤던 김기연을 가장 자신 있는 강속구로 윽박지른 끝에 유격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다. 전진 수비하던 심우준이 잡아 정확한 송구로 홈에서 동점 주자를 잡아냈다. 조수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서현은 승리의 마침표를 찍고 포효했다.
김서현은 경기 후 “바로 주자가 나가다 보니까 평소보다 긴장을 더 했다. 게다가 두통이 조금 있어 몸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낸 것 같아 뿌듯하고,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37경기 1승2패 10홀드 평균자책 3.76의 성적을 거뒀다. ‘필승조 안착’이 올시즌 목표였지만, 기존 뒷문을 맡았던 주현상이 부진하며 개막 일주일도 안 돼 곧장 마무리로 승격했다. 걱정과 달리 팀의 마지막 투수라는 부담감이 김서현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진 않고 있다.


김서현은 현재 9경기 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0.00’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세이브 모두 1점 차 터프한 대결을 이겨내고 얻었다. 볼넷도 7.2이닝 동안 2개로 억제했다. 김서현은 “야수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더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서현은 어떤 상황이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의 내면은 ‘떨림’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는 “이 떨림을 잊지 않고 안정감으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며 “긴장감에 지려고 하진 않는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한화 팬들은 프로 3년 차 어린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큰소리로 이름을 연호하며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서현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마운드에서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꼴찌로 추락한 한화는 9일까지 5승10패(승률 0.333)를 기록 중이다. 지금보다 많이 이겨서 최소 5할 이상 승률은 기록해야 애초 목표한 가을야구를 바라볼 수 있다. 승리 기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김서현의 역할도 커진다. 김서현은 “쉽지 않겠지만 내가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