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제임스 파울러가 저술한 '행복은 전염된다'는 책을 보면, 행복감은 인간관계를 타고 전염되는 특성을 보인다.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많을수록 본인도 행복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역으로 내가 행복해지면 주변인까지 덩달아 행복해질 확률이 올라간다. 개인의 행복감과 연관된 요인에는 소득도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 늘어날수록 행복감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특성을 보이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더 올라도 행복감은 늘지 않고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유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난한 국가 국민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민들의 평균적인 행복수준은 오히려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러한 이스털린의 주장을 '이스털린 패러독스'라고 하며 많은 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에 관해 다양한 학설을 내놓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나도 잠시만 행복해할 뿐, 그러한 변화가 일상이 되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이 현상은 쾌락 적응 또는 적응 수준 이론이라 불리운다. 경제학에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즉 한 사람이 재화나 서비스를 추가로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의 증가분은 점차 감소한다는 법칙과 유사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의 눈높이 역시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소득이 늘어도 행복감이 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 나라 실정에 부합하는 관점이다.
셋째, 사람들은 자신의 절대적인 소득금액보다는 직장 동료, 동네 이웃,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수준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비교이론, 상대소득 가설 등으로 불리우는 관점은 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지구상 최빈국보다 높지 않은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넷째, 욕구의 종류가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건강, 사회적 관계, 일과 여가의 균형 등과 같은 소득 외 요인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기 마련이다. 비물질적 가치는 소득과 같은 물질적 가치가 충족시켜 주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할까? AI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AI는 당신의 취향과 연령, 성별,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올릴 수 있을지 철저히 당신에게 특화된 행복 달성법을 코칭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화된 추천시스템의 등장은 정신 건강에 투자하기 인색한 우리 사회의 삭막한 풍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정책 당국이나 국회의 입장에서, 국민의 행복도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의 효과를 AI의 힘을 빌어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시뮬레이션은 기본소득, 맞춤형 복지정책, 근무시간 단축, 사회적 기업정책 등에 활용될 수 있다.
경제적 자원을 최적화해서 배분하는 것도 AI가 잘하는 영역 중 하나다. 특정 지역에 지하철을 놓는다면, 그로 인한 혜택은 투자액에 대비해 쓸모있는 것인지 미리 평가해 볼 수 있다. 가축 전염병의 창궐을 예방하기 위해 어디에 어떤 투자를 해야할지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AI는 직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자격증 취득, 경력쌓는 방법 등을 조언할 수 있다. 이렇게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행복을 찾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