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 열풍, 왜 이렇게 빨리 식었나
“SNS가 키운 캐릭터의 짧은 전성기”
올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중국 캐릭터 ‘라부부(LABUBU)’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과 품귀 현상, 고가 리셀 거래까지 이어졌던 광풍은 불과 몇 달 만에 잦아드는 분위기다.

유행 최전선에 있던 캐릭터가 왜 이렇게 빠르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을까.
◆검색량·리셀가가 말해주는 ‘피크 아웃’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라부부 검색량은 7월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최고치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 16일 검색량은 3 수준까지 떨어졌다.
단순한 관심 둔화가 아닌 대중 유행이 사실상 종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식 판매처인 팝마트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한때는 입고 즉시 품절되던 주요 제품들이 현재는 비교적 수월하게 구매 가능한 상태다.
오픈런과 품귀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미 ‘정점 이후’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 “SNS가 만든 ‘FOMO 기반’ 유행의 한계”
리셀 시장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대표 상품인 ‘라부부 하이라이트 시리즈 랜덤박스’ 단품은 현재 2만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고가였던 17만원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프리미엄이 사라진 수준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정가 이하 매물까지 등장하며, 리셀 목적의 수요가 급격히 이탈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라부부 열풍의 급격한 소멸을 SNS 기반 유행 상품의 전형적인 수명 주기로 분석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만큼, 소비자 노출 빈도 역시 단기간에 과도하게 높아졌고 그 결과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됐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캐릭터를 ‘다 봤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순간, 구매 욕구는 급격히 식는다”며 “FOMO(놓칠까 봐 사는 소비)에 기반한 유행은 구조적으로 오래가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어 “캐릭터 상품은 감성 소비 비중이 큰 만큼, 신뢰 훼손이 치명적”이라며 “가품과 품질 논란은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유행이 꺾이는 시점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강한 가격 저항으로 작용한다”며 “공급 확대와 가격 인상이 동시에 이뤄진 것은 트렌드 상품으로서는 최악의 조합”이라고 평가한다.
◆‘라부부 열풍’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유통업계에서는 라부부가 탄탄한 세계관이나 서사보다 ‘수집과 인증’에 초점이 맞춰진 캐릭터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런 유형은 유행이 끝난 뒤 잔존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소비는 소수 마니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라부부를 실패 사례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SNS 시대 캐릭터 소비의 속도와 취약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빠르게 뜨고 빠르게 식는 구조 속에서, 단기 매출 확대보다 장기 팬덤과 신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라부부의 급등락은 하나의 캐릭터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놓칠까 봐 사는 소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유행을 좇는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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