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투쟁이요? 몰랐어요. 여유롭게 나왔는데 큰일이네요”
30일 오전 8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5)씨가 “저 버스를 못 타면 지각”이라며 뛰었다. 정류장에 도달한 버스는 이미 앞뒷문까지 승객들로 빼곡했고, 기다리던 시민들은 “오마이갓”, “못 타겠는데”라며 발을 동동 굴었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버스 안의 승객들을 밀며 타려는 시민도 있었다.

평소라면 8~10분 안에 와야 할 버스가 약 5분 늦게 도착하면서 기다리는 시민이 늘어난 것이다. 버스의 도착 간격이 늘어난 것은 이날 첫차 시간부터 시작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준법운행’ 투쟁 때문이다. 시내버스노조는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 인상 등을 논의했으나 이날 오전 2시쯤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기본급 8.2% 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 소속 버스 기사들은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기 전까지 대기, 앞서가는 차의 추월 금지 등 준법운행에 돌입했다. 표면상으로는 서울시의 버스 운행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이지만 연착을 유도하는 파업보다 한 단계 낮은 쟁의행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준법운행 때문에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는 직장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3)씨는 “집에서 30분 일찍 나왔다”며 “평소에는 시청역에서 종로구 서촌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가 5분에 한 대쯤 오는데 오늘은 10분 정도 걸리더라”라고 말했다.

다만, 버스 기사들이 출근 시간에는 준법운행의 수위를 자체 조절하면서 우려됐던 ‘출근 대란’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버스들의 도착 간격이 과도하게 늘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버스 기사 A씨는 “준법운행에 돌입했다 해도 출근길 시민은 불편하지 않도록 운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만난 김모(43)씨도 “지난해 3월 파업 때 20분 일찍 나왔다가 늦은 경험이 있어 오늘은 30분 일찍 나왔지만 배차 간격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을 증차 운행하고 12개 노선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체 버스관리시스템 BMS로 배차 정시성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정차시간이 적정 수준 이상을 초과하는 등의 특이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전용차로에 버스들이 늘어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공조받기로 경찰과 사전 조율했으나, 아직 협조를 요청할 정도의 사안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 버스 운수회사 등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이수민·박종서·김창용·전율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