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으로 눈돌린 완성차 업계...군용 드론·車 만든다

2025-06-12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방위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방산 기업과 협업해 장갑차 같은 군용차량은 물론,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전투용 드론 개발에 나서면서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완성차 업계가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 상당수가 방위 산업 시장 진출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CEO)는 “방산 산업 진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은 폭스바겐 공장을 인수해 장갑차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산 센서 업체 헨솔트도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털과 보쉬의 직원 재교육 및 채용을 고려 중이다.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과 군비 경쟁으로 인한 방산 시장 성장이 맞물리며 산업 구조 재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최근 전쟁 트렌드인 ‘드론전’ 역시 자동차업계와 방산업계의 시너지 기대를 높인다. 로이터는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방성이 자국 자동차 업체 르노에 방산 중소기업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서 드론을 생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전기차 개발 기술은 드론과도 연관이 깊고 모빌리티 산업은 향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시장 까지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군용 드론 생산에 뛰어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가형 드론이 공격용으로 활용되며 드론 대량생산 수요도 높아진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6일 일본 이륜차·엔진 생산기업 가와사키모터스의 드론 개발 소식을 다뤘다. 이에 따르면 가와사키는 프랑스 스타트업 볼트에어로(VoltAero)와 협력해 시속 600㎞로 최대 2700㎞를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2030년까지 연간 드론 5000기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가와사키 관계자는 “소형 고효율 엔진 생산력이라면 일본 오토바이 제조사를 능가할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군용차량에 전기·수소차 같은 신기술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아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하는 군용 ‘수소 경전술 차량’을 개발해 군용 차량 전동화에 대비 중이다. 내연차 대비 발열과 소음이 적어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안영수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과거 전쟁 때 항공기 엔진을 제작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혁신 기술과 양산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성차 업계가 방위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실적 부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캐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나온 묘수인 셈이다. 실제로 주요 자동차 기업은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볼보는 임직원 약 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3만5000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고, 이미 7000명 넘는 직원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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