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쇼츠, ‘불펌’ 콘텐츠일 수 있다

2024-10-21

선풍적 인기를 끈 요리 경연 대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를 구독해야만 전편을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넷플릭스만 웃은 건 아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도 덕을 봤다. 최종 우승자가 가려진 후에도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클립과 출연자 개인 채널의 리뷰 영상, <흑백요리사>를 패러디한 쿠팡플레이의 코미디 프로그램 클립 등 유형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중에는 무단으로 영상을 가져다 쓴 콘텐츠, 특히 짧은 형태의 영상인 ‘쇼츠’가 상당하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저작권을 침해한 영상들이 스스럼없이 올라오고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흐릴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크다.

■이용 허락받는 게 ‘원칙’

지난해 초 유튜브가 일정 기준을 충족한 쇼츠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기 시작하면서 ‘쇼츠 부업’이 성행했다. 저작권을 무시한 ‘양산형 불펌 쇼츠’가 많아졌다. 숏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틱톡, 인스타그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일부를 재가공하는가 하면 해외 크리에이터의 영상에 자막만 입혀 내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작권 문제로 정식 수익 창출이 어려워져도 다른 경로로 수익을 낸다. 음원 협업 업체의 음원을 넣어 수익을 배분받는 식이다.

유튜브는 지난 15일부터 업로드할 수 있는 쇼츠의 최대 길이를 1분에서 3분으로 늘렸다. 이전보다 긴 분량의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내 저작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펌 쇼츠가 성행하기 이전부터 이른바 ‘패스트 무비’ 문제가 이어져왔다. 패스트 무비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축약해 보여주는 콘텐츠를 말한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말 포함 영화 리뷰’도 여기에 속한다.

물론 제작사가 홍보 차원에서 결말이 포함되지 않는 영화·드라마 리뷰 콘텐츠 제작을 허가하고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콘텐츠는 “저작권 허가 및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한 영상”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문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를 편집해 결말까지 넣는 콘텐츠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요약 영상으로 작품 내용을 파악해버린 시청자로선 비용을 지불하며 영화관을 찾고 OTT를 구독하거나 방송을 챙겨볼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영상을 편집해 플랫폼에 올리는 행위에 대해 “저작권의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 저작재산권 중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복제권, 전송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할 있도록 허용하는 ‘공정 이용’ 조항을 두고 있다. 이용 목적,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한다. 다만 유튜브는 “상업적 목적의 사용이 공정 사용(이용)으로 간주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구체적인 상황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이용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 여지가 있다”며 “직접 이용 허락을 받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다들 하니까’ 하다간 큰코다칠 수도

콘텐츠 업계도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을 가진 쪽이 본인의 창작물을 원하는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과, 수익을 내려고 불법 콘텐츠를 올리는 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짜깁기한 영상들을 보면 한 편을 다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제작진 입장에선 정성들여 만든 콘텐츠에 대한 유입을 빼앗겨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홍보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수많은 저작권 침해 영상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동영상 공유 플랫폼도 ‘불펌 콘텐츠’로 광고 수익을 얻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는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삭제 요청이 접수되면 법에 따라 해당 콘텐츠를 삭제한다”는 입장이다. 유튜브가 일일이 영상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업로드 권한이 있는 건지 확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유튜브로부터 저작권 위반 경고를 3번 받은 채널은 해당 계정 및 계정과 연결된 모든 채널이 해지될 수 있다.

제작사 등 일부 저작권자를 대상으로는 미리 제출받은 콘텐츠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를 식별해내는 ‘콘텐츠 ID’ 시스템을 운영한다.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찾으면 저작권자는 영상을 차단할 건지, 영상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낼 건지, 영상에 대한 통계를 추적하면서 지켜볼 건지 선택할 수 있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는 패스트 무비를 올린 유튜브 채널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저작권자가 무단 사용 콘텐츠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옆나라 일본에는 판례가 있다. 2021년 11월 일본 법원은 패스트 무비를 만든 유튜버 3명에게 저작권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13개 영화제작사가 이 중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5억엔(약 46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