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업이 성과만큼이나 '구성원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지만, 이를 구체적인 지표로 들여다보는 경우는 드물다.
재택근무를 비롯해 유연한 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업무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조직 운영 방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성원의 몰입도와 소속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업무 환경 속에서, 조직이 내부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는 능력, 즉 '조직적 메타인지'가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기업이 조직적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인 만족도 조사, 일대일 피드백 제도와 같은 방식을 도입해 왔다. 이는 구성원 목소리를 수렴하고, 리더의 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한계가 따른다. 예를 들어 정기 설문은 문항 형태나 응답률, 응답의 진정성 등에 따라 편향이 발생할 수 있고, 응답 내용이 팀이나 개인 단위에 국한되면서 조직 전반 인식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HR 담당자 중 69%는 전통적인 설문조사가 전달하는 숫자 중심 결과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보다 풍부한 해석과 예기치 못한 인사이트 도출이 가능한 질적 분석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구성원간 상호 인식을 정량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의 협업 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 구조 등 내부 업무 방식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 간 상호 작성된 평판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 진단과 문화 개선에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성향이나 업무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을 수치화해 조직 전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흐름이다.
이 진단 솔루션은 실시간으로 응답 내용을 집계하고, 조직 전체는 물론 팀과 개인 단위로 세분화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평판 데이터는 특정 개인의 평가를 넘어, 조직 내 운영 방식을 정량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어 조직적 메타인지 수준을 보다 실질적으로 진단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팀 단위의 이직 신호나 갈등 요인 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조직 전체의 개선 방향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진단 결과는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 시 참고 자료로도 사용 가능하며, 팀 리더 교육이나 사내 워크숍 등 HR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어 조직 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응답자의 성향에 따라 개인화된 피드백도 함께 제공돼, 구성원이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실제 업무 경험에 기반한 피드백을 통해 조직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입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직적 메타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조직적 메타인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객관적인 인식을 정량화해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은 외부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보다, 내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유용연 스펙터 운영총괄이사(COO) yongyeon.ryou@spect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