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계엄 패싱’ 촉발 주요 일지…김용현 ‘北 원점타격’ 지시에 ‘저항’[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08-13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은 군사작전을 지휘·감독하는 군령 최고 책임자로 군 서열 1위인 김명수(해사 43기) 합참의장 대신 박안수(육사 46기)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불법적 비상계엄을 주도하며 조력자 역할을 맡은 건 여인형(육사 48기) 전 국군방첩사령관, 군 병력을 움직인 건 곽종근(육사 47기)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육사 48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육사 50기) 전 정보사령관이었다.

이른바 ‘계엄 5인방’으로 불리는 이들 육군 장군들의 공통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선후배라는 것이다. 이에 지금까지도 군 안팎으로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을 비상 계엄 때 ‘패싱’한 것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계엄군 지휘부에서 배제된 진짜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 오물 풍선 부양 원점 타격 등으로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한 김 전 장관의 지시에 김 의장이 수차례 반대하며 설전을 벌인 탓인 것이라는 군 내부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앞둔 11월 중·하순부터 김 의장을 패싱하고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에 대응하기 위한 원점 타격과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작전을 지휘·감독하는 군령 최고 책임자인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군사 대응이 이뤄지게 했다는 것으로 군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내가 지시하면 바로 북한 오물풍선 부양 원점을 공격하라’며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과 김 전 장관의 원점타격 준비 계획에 김 의장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두 사람 간 설전이 벌어진 것을 특검팀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의 북한 원점타격 지시를 수차례 지시했고 합참 지휘부가 계속해서 이를 반대했다. 군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11월 중·하순부터 계엄 선포까지 김 전 장관과 합참 간 오고 갔던 주요 지시 내용과 반대 표명을 정리해봤다.

패싱 논란은 2024년 11월 18일 시작한다. 북한이 지난해 11월18일 새벽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김 전 장관은 취임 뒤 처음으로 새벽에 출근해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을 연결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합참이 예하부대의 대응 준비를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은 “확고한 대비 태세가 적 도발 억제”임을 하달했다.

같은 날 오후 김 전 장관은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북한 오물 풍선 대응 계획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대응 계획을 보고 받으면서 “다음 오물 풍선이 오면 작전본부장이 ‘상황평가결과 원점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해라.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하겠다”고 명령했다. 지상작전사령부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케이(K)-9 자주포 등으로 파괴하는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갖췄다.

또 국방부 장관과 합참 작전본부장선에서 알아서 원점 타격하자’는 지시에도 이 본부장은 “원점 타격 이전에 반드시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까지 보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동시에 유엔사령부에도 통보해야 한다”고 대답하자 김 전 장관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합참은 북한에 대한 원점 타격에 나서면 국지전과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과 북한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라 정전협정 유지 관리 권한 책임이 있는 유엔사와도 협의해야 한다고 봤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무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내가 지시한 걸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도 했다. 합참은 군 작전의 최고 지휘부이고 합참의장은 군사작전 최고 지휘관임에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김 전 장관, 이 본부장, 강호필 지작사령관은 육사 출신인 반면 김 의장은 해사 출신으로 이 때문부터 패싱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의 심각성 땜누에 김 전 장관의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에도 이 본부장은 김 의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김 의장도 크게 우려하며 반대했다. 김 의장과 이 본부장은 만약 김 전 장관이 원점 타격을 건의하라고 지시하면 어떻게 할지 궁리를 했다. 이에 두 사람은 만약 김 전 장관이 정말 지시하면 △합참과 예하부대와 연결된 화상회의를 끊고 △국방장관에게는 합참 결심지원실로 이동하자고 건의하고 안보실과 상황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러는 동안 11월 21일에 김 전 장관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의에 당일치기로 참석 후 서둘러 귀국했다. 다음 날인 11월 22일 김 의장이 김 전 장관을 찾아가 원점 타격을 반대하자 이에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고 김 전 장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일주일 후 11월 28일 저녁 북한이 32번째 오물 풍선을 보낸 것과 관련해 합참은 위협 평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때 김 전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던 김 합참의장에게 전화했고 상황을 지연 보고했다며 합참 본부장들에게 화를 냈다. 그러면서 김 의장에게 ‘상황관리를 잘 하라’고 질타했다.

한바탕 합참의 군기를 잡은 김 전 장관은 다음 날인 11월 29일 오전 이 본부장에게 ‘원점 타격 관련 지침’ 재작성을 지시하며 압박했다. 본인이 지시하면 바로 타격할 수 있는 간단한 계획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합참은 시행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국방부와 합참 뿐만 아니라, 작전지휘관들까지 함께 논의하고 승인을 받고 이후 유엔사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군 관계자는 “장관이 지시하면 바로 원점 타격하라는 지시와 달리 장관이 임의대로 지휘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여러 개 달았다”며 “장관이 독단적으로 원점 타격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종적으로 11월30일 합참은 수립된 계획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 사흘 뒤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곧바로 군 수뇌부가 집결됐고 김 전 장관 주재 회의에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지명했다. 이후 군 병력이 동원되는 모든 과정에 합참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군 소식통은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는 등 계엄 실행에서 김 의장을 포함한 합참을 제외시킨 배경에는 원점타격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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