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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권지현 기자] 연초 자취를 감췄던 고금리 적금 상품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고객 마음잡기에 적극 나서면서 연 7%가 넘는 상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사이, 각종 자산시장이 요동치면서 따박따박 정해진 금리를 주는 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7%'는 국내 은행 16개 상품 평균 적금 금리인 3.02%보다 2배 이상 높은 금리다. 다만 이들 적금 상품은 대부분 매달 넣을 수 있는 금액이 30만원 안팎에 그치거나 단기 적금이고, 몇몇 조건들을 달성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갈 곳 잃은 자금을 굴리려면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높은 금리를 주는 만큼 한정 판매가 많아 가입에 성공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은 'K리그 2025' 개막을 맞아 비대면 전용 상품인 'K리그 우승 적금' 판매를 시작했다. 하나금융그룹 프로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 K리그2에 새로 편입된 '화성FC' 등 적금 가입시 고객이 선택한 K리그 팀이 상품명이 되도록 해 재미를 줬다.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으로 금리 7%대 적금 상품 중 가장 많다. 기본금리는 연 2.0%이며, K리그 축덕카드 사용(1.0%), 응원팀 우승(1.0%), 친구 초대(최대 2.0%), 하나원큐 축구Play 참여(1.0%) 등을 통해 우대금리 최대 5.0%포인트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이 고금리 적금을 내놓은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달 역시 최고 연 7%를 주는 '달달 하나 적금'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50만좌 완판을 기록하며 인기를 끈 직장인 전용 급여 통장인 '달달 하나 통장'의 후속작으로, 앱 하나원큐 전용 적금상품이다. 오는 6월 말까지 10만좌 한정 판매하며, 납입 금액은 12개월간 매월 1만원부터 30만원까지다. 기본금리는 연 2.0%로, 우대금리 조건은 급여이체(1.0%), 카드 실적(0.5%), 첫거래(1.5%), 이벤트 참여(최대 2.0%) 등이다.
IBK기업은행도 최고 금리가 7%인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처음 만나는 IBK적금'은 최고 금리 연 7.0%의 1년제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매월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선착순 3만좌 한도로 i-ONE Bank(개인)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기본금리는 연 3.0%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우대금리는 적금 자동이체(2.0%), 마케팅 문자 수신 동의(2.0%), 신용(체크)카드 발급(2.0%)으로, 3가지 조건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최대 연 4.0%포인트를 준다.
iM뱅크가 지난달 출시한 '판다에 진심이지' 적금은 복잡하게 우대요건을 신경 쓰기 싫은 소비자에 적합하다. 앱 전용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2.4%에 매일 불입할 때마다 0.15%포인트가 추가돼 최고 연 7.05%를 준다. 납입 기간 최대 31일, 납입 한도는 100원에서 5만원까지인 단기 소액적금이다. 2024년 5월 iM뱅크가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출시한 '진심이지 적금'의 올해 첫 번째 상품으로, 내달 4일까지 3만좌 한정 판매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내놔 가입 20만좌를 돌파한 '궁금한 적금' 시즌2 상품을 앞두고 있다. 한 달 만기 적금으로, 상품 이름처럼 매일 고객들이 랜덤 금리와 스토리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매일 100원에서 5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31일간 최소 연 0.1%에서 최대 연 1.0%의 랜덤 금리를 빠지지 않고 받으면 기본금리(연 1.2%)를 포함해 최대 연 7.2%를 받을 수 있다.
연초 은행들이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들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았지만, 납입 한도가 작고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여러 은행에 계좌를 새로 열고 다양한 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수고스럽긴 하지만, 매달 불입한도까지 채워 넣고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발급 같은 복잡한 우대 요건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연 7%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시기 고금리 적금 상품은 이제 막 자산 형성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등을 타깃으로 한 경우가 많아 납입 한도와 기간 등이 넉넉하지는 않다"면서 "단순히 금리만 보고 가입하면 우대금리 조건을 해지할 때까지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본인 금융거래 성향과 생활 패턴을 다각도로 고려해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