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짝퉁' K-뷰티 급증...올해에만 220억원, 고가·가성비 다 베낀다

2025-11-06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뷰티 기업의 제품을 위조한 ‘짝퉁 화장품’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올해에만 2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제품이 K-뷰티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앙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이 올해 1~9월까지 적발한 국내 뷰티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 규모는 총 220억원으로 지난해(9억원) 대비 24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 뷰티 브랜드 제품인 것처럼 위조한 가품들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관세청이 적발한 피해액은 1억원 수준이었으나 K-뷰티 브랜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올해 들어 가품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 입국된 위조 화장품의 최초 수출지로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위조 화장품은 주요 적출국(물품이 실제로 출발한 국가)을 기준으로 적발하는데,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위조 화장품 적출국의 99%는 중국이었고, 태국이 0.1%를 차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 중국발 위조 화장품은 이례적으로 미국을 거쳐 국내로 반입된 사례가 많았다”며 “적발된 금액의 81%(178억원)가 미국을 우회로로 거쳐 국내에 반입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2020, 2022년에는 주요 적출국의 100%가 중국이었다. 2023년에는 중국이 79%, 일본이 21%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중국 67%, 홍콩 33% 등이었다.

위조 화장품은 국내 뷰티 브랜드의 디자인과 제품명을 그대로 모방해 소비자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메디큐브의 콜라겐 마스크를 위조한 가품의 경우 정품 제품명에 있는 ‘콜라겐’ 단어를 ‘골라겐’으로 바꾸고, 용량·포장은 정품과 똑같이 제조해 소비자 혼동을 유발했다고 한다.

위조품 제조업자들은 고가의 K뷰티 브랜드부터 가성비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베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제조된 위조 화장품 중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위조품(541개)이 가장 많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대중 브랜드에 대한 위조가 급증했다. 가성비 화장품의 대표주자 격인 마녀공장 위조품이 952개로 1위, 설화수가 812개로 피해 규모 2위에 올랐다(9월 기준).

K-뷰티 브랜드를 표절한 위조 화장품이 늘수록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위조품을 쓸 경우 해당 제품에 포함된 성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소비자가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며 “기업의 지적재산권침해뿐 아니라 K-뷰티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관세청 적발 규모는 통관 단계에서 잡힌 경우라, 업계에선 온라인 판매로 유통되는 위조 화장품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기업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위조 화장품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외 세관과 긴밀히 협력해 위조품이 수입 통관 단계에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위조품 생산과 유통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도 “최근 중국산 위조 화장품 유통이 늘어나, 소비자 피해 사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공식 입점 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과 민관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뷰티 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K-뷰티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세관과 유관 기관에 제작·배포하고 있다”며 “지식재산처 및 해외 직구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해 위조품 적발을 강화하고, 내년 중 K-브랜드 보호를 위한 민관 실무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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