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100명 중 17명은 숨졌다…속도 느린 경운기 반전

2024-10-26

[숫자로 보는 농기계 교통사고]

#. 지난 18일 낮 12시 55분께 경북 청송군 진보면의 한 도로에서 소형트럭이 앞서가던 경운기를 들이받아 경운기를 몰던 70대 노인과 적재함에 타고 있던 또 다른 70대 노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지난 4일 오후 8시 5분께에는 충남 홍성군 장곡면 신풍리의 한 도로에서 60대 후반의 남성이 자신이 몰던 경운기에 깔려 다쳤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술을 마시고 경운기를 몰다가 회전하던 중 튕겨 나간 상황에서 미처 시동이 꺼지지 않은 경운기에 밟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운기나 트랙터 등 농기계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발생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지난해에만 290건이나 있었는데요. 농기계 교통사고는 일반 자동차 사고에 비해 두드러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유독 높은 치사율인데요.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90건의 농기계 교통사고가 발생해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이 무려 16.6%에 달하는데요. 사고 100건당 17명 가까이 숨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의 치사율 1.3%보다 무려 13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19만 8000여건이 발생해 255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자동차보다 안전장치가 부족한 반면 조작법은 어려워 자칫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라는 게 공단의 분석입니다. 또 속도가 느린 농기계를 다른 자동차가 좁은 도로 주행이나 야간 운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농한기(12월~2월)를 제외하면 매달 20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요. 물론 농번기인 5~6월과 9~10월에 사고가 가장 잦아 전체의 47%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농기계 교통사고를 지역별로 보면 전남(63건, 21.7%)이 최다였고 이어서 경북(42건, 14.5%), 경남(41건, 14.1%), 경기(32건, 11.0%), 충남(31건, 10.7%) 등의 순이었습니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아서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운전면허가 없어도 운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농기계로 도로를 달릴 때는 반드시 도로교통법과 안전수칙을 지켜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역주행,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신호위반, 음주운전 같은 위법행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되며, 농기계 뒷면에 야광 반사지 등을 부착하면 야간 추돌사고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자동차 운전자 역시 농기계 운행이 많은 농촌 지역을 지날 때는 특히 유의해야 하는데요. 농기계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돌발상황을 경계하며 방어운전과 서행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공단의 장석용 미래교육처장은 “농기계는 사고 발생 시 순식간에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농촌 도로 위 모든 운전자가 교통안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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