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문빅토르미술관은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의 2025년 신작 〈날아가는 사람들을 본다〉(56x67cm/캔버스, 수채화, 아크릴)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작품은 형식적 실험과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독자적인 회화 기법이 치밀하게 결합된, 작가의 인생 철학이 집약된 수작이다.문 화백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하늘을 날 듯이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기와 질투에 갇힌 이들의 심리를 유쾌하지만 깊이 있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 속 인물들은 실제로 하늘을 나는 듯한 비상과 정적인 지상 사이의 대비 속에 배치되어 있다. 상층부에는 날개를 단 인물들이 역동적인 흐름으로 부유하고 있고, 하층에는 그들을 올려다보는 인물들이 무기력하게 녹아내린 채 시선만을 던지고 있다.
작품의 회화적 중심에는 문 화백의 독자적 기법인 ‘빗살무늬 점묘기법’이 자리한다. 19세기 프랑스의 폴 시냐크가 창시한 정통 점묘 분할주의에 뿌리를 두되, 단순한 점이 아닌 방향성을 띤 빗살 형태로 변주된 이 기법은 단지 시각적 질감에 머물지 않는다. 화면 곳곳에 새겨진 점과 선들은 서로 교차하며, 마치 인간의 시기심과 열등감, 동시에 비상의 갈망이 겹겹이 교차하는 심리의 격랑을 형상화했다.
수채화 특유의 부드러운 채색감 속에, 유화 같은 중량감과 입체적 구도가 살아 숨 쉬는 이 작품은 평면의 한계를 넘어선다. 빗살무늬의 방향성은 인물의 시선과 움직임을 안내하며, 감상자에게 작품 내부로 깊이 침투하게 하는 통로를 제공한다.
문 화백은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하늘을 나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반면 지상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시기하는 이들은 어느덧 자기 몸이 녹아 사라지는 줄도 모른 채, 남의 그림자만 쫓는다. 이보다 더 비참한 삶은 없을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지 성공과 실패를 대비시키는 도식적 은유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관찰자’와 ‘행위자’라는 이중적 자리에 대해 묻는다. 우리가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에 머무를 것인가, 혹은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주체가 될 것인가. 〈날아가는 사람들을 본다〉는 이 두 선택지 사이에 놓인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들춰낸다.
문빅토르 화백의 이번 작품은 단순히 회화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제안이다. “당신은 하늘을 나는 이들을 바라보고만 있는가? 아니면 날기 위해 오늘도 자기 삶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가?”
이 물음 앞에서 관객은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문빅토르의 점 하나, 선 하나는 더 이상 단순한 물감의 흔적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을 비춰보는 거울이 되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은 광주 고려인마을 내 문빅토르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성공을 바라보는 눈이 아닌, 자신을 향한 시선으로 오늘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서보길 바란다.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