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폭염시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영세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일부 조항을 철회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노동부는 지난 1월23일부터 3월4일까지 입법 예고한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재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입법예고하겠다고 2일 밝혔다.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지난 4월25일 1차, 지난달 23일 2차 심의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줘야 한다’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조치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이러한 형사제재가 영세·중소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취지로 철회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규개위의 재검토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방·통풍 등을 위한 적절한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및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온열질환 발생 의심 시 119 신고 등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에 담겼던 다른 보건조치들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1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업주에 폭염·한파 시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조치 의무가 부여됐지만, 구체적인 예방 조치는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안전보건규칙에는 폭염작업이 아니라 ‘고열작업’을 하는 경우 환기 장치 설치, 온도계 설치, 휴게시설 제공 등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노동계는 규개위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재검토 권고를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3도 이상 2시간 작업 시 20분 휴식은 최소한의 조치이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며 “이를 ‘일률적 규제’ ‘기업의 부담’이라며 운운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폭염에 쓰러질 때까지 일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노동부 규제 영향 분석에도 폭염 속 휴식권 보장의 10년간 총편익이 5199억원이라고 한다”며 “그럼에도 친기업 규개위는 폭염 속 20분조차 기업의 손해로 간주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밀어버렸다”고 했다.
노동부는 안전보건규칙 개정안 재검토와 별개로 사업장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부터 이달 20일까지 3주간 폭염 고위험 사업장 6만곳을 대상으로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 자율 개선 기간’을 운영한다. 배포된 5대 기본수칙에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작업 시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이 들어가 있다. 다만 이는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