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기간만 되면 유세하는 차량의 스피커에서 내뿜는 소리에 지겨울 정도로 이런 저런 공약을 말하지만 유독 귀에 들리는 공약이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 각 정당의 후보가 공약했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우리 치과계에 조금 민감할 수 있는 문제가 주 4.5일제 공약이다. 현재도 일반 개원의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주 5일제가 당연시 적용되고 있는데, 주 5일제를 하지 않으면 직원 자체를 구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년 전에 주 5일제를 시행하고자 할 때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를 근로자들은 부르짖고 있다.
치과를 비롯한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 공약의 각 후보에서 모두들 주 4일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주 4.5일제를 주장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새로운 정권하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 힘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를 소개했는데 즉 월요일에서 목요일 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 일한 다음 퇴근하는 울산 중구청 사례를 소개 했다. 근무시간은 변함이 없고 주 5일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인 워라벨 개선효과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역시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여섯 번째로 높다고 하여 기업에 지원방안을 만들면서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목표이고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58%가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 4.5일제 도입 시 임금 삭감을 통한 도입은 절반 이상이 반대를 하기도 하였다.
주 5일제가 일반화 되어 가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예외 규정을 두었다고 하나 현실은 다르다. 구인난이 심화되는 여러 이유 중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도 있지만 근로 여건이 좋은 5인 이상 사업장으로 근로자 취업 쏠림 현상이 되다 보니 치과를 비롯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원 구하기가 어렵고 결국 5인 이상 사업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대우를 해주면서 근로 여건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 충족을 못해 갈수록 1~2인 영업 및 소규모 1인 사업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4.5일제 역시 치과계에 미치는 여파는 심화되고 가뜩이나 구인난에 힘든 치과계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현재 주 5일제로 인한 진료일이 줄어든 요일에 새로운 직원을 구인해 진료를 하더라도 인건비 충당을 못한 치과에서, 주 1일을 휴무로 하는 치과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 4.5일제가 본격적으로 전환되면 결국 지금보다 여건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할 듯싶다. 이를 넘어 앞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다면 치과계의 예상치 못한 패러다임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진행되어 주 4일제가 도입이 된다 하더라도 임금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조건이 충족 되지 않으면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인력보강에 따른 재정 부담, 생산성 저하 등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 주 4일제는 신중하게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프랑스에서 주 4일제 도입 시 서비스 수준 유지에 필요한 추가 인력확보 문제로 실패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를테면 의사나 소방관처럼 5일 동안 처리하던 업무를 4일 안에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고 2015년 스웨덴 요양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으나 역시 인력 보강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중단 되었으며, 2021년 10월 스페인 텔레포니카에서 임금 15%를 줄이는 주 4일제를 희망자 대상으로 추진했으나 지원율이 0.75%로 저조하여 종료되고 만 적이 있다.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직원 스트레스 증가, 연장근무, 생산성 저하 등이 나타날 수가 있고 구체적으로 추가 인력확보, 인건비 상승 등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서비스 수준 유지에 필요한 인력 부족시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주 4일제를 도입하려면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 감축에 합의하는 게 관건이고 노동계에서는 40시간에서 36시간, 나중에는 32시간으로 순차적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단계에서는 주 4.5일제만 시행해도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으로 줄여야 하는데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 4.5일제의 핵심은 주 40시간인 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면서 유연근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며, 주 4일제의 핵심은 법제화를 통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수당,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관공서 공휴일 등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실제적으로는 현행법의 적용 대상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치과계에서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고 최저 임금 적용도 현실적으로 확대하여 지급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지금 일용직 소위 아르바이트 지원자의 시간당 2만원은 기본이고 2만 2천원에서 2만5천원 이어야 근무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유연근무 사업주의 지원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 치과계는 특성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종이다. 일, 생활 균형 인프라 지원 확대를 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단축 활용하는 사업장에 워라벨 일자리 장려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튼 주 4.5일 또는 주 4일제 도입을 앞두고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는 치과계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협회에서 치과계의 정책요구사항을 합리적으로 후보자와 만남을 통해 전달했다는 점이 위안을 넘어 정책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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