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아재’가 나타났다!

2025-03-11

너무 사소하고, 그래서 특별하다. 넷플릭스에서 6화까지 공개된 드라마 ‘핫 스팟’(사진)은 ‘당신 주변에 외계인이 산다면?’이라는, 어쩌면 뻔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일본 후지산 인근 호텔에서 일하는 기요미(이치카와 미카코)는 우연한 사건으로 직장 동료 50대 남성 다카하시(가쿠타 아키히로)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외계인, “일본에 5000명은 있을 듯한” 얼굴에 등은 굽고 머리는 벗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속도로 달리고 ‘소머즈급’ 듣는 능력을 갖췄으나 거대 악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 따윈 없다.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기요미와 친구들의 소소한 부탁을 들어주는 데 능력을 남용한다.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주고, 학교 체육관 천장에 낀 배구공을 빼 주는 역할 등등. ‘외계인 포스 제로’ 아저씨의 고달픈 지구살이가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다.

각본을 쓴 사람은 일본 유명 개그맨이자 극작가인 ‘바카리즈무(본명 마스노 히데토모)’. 2023년 일본 드라마아카데미 각본상 등을 받은 ‘브러시업 라이프’에선 30대에 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 인생을 복습(브러시업)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환생까지 했는데 주인공은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주식을 미리 사 큰돈을 벌거나, 전생에 못 이룬 꿈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듯 다른 일상을 반복하며 주변인에 닥칠 불행을 막으려 분투할 뿐.

‘핫 스팟’ 6화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원래 사람은 다양하잖아? 최근엔 주변에 외국인도 늘었고… 외계인은 조금 더 멀리서 온 것뿐 아닌가?”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증오로 마음 시끄러운 요즘, ‘디톡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하고픈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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