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고래 떼를 촬영하던 사진작가의 보트 위로 뛰어오른 물범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는 순간이 카메라에 생생히 담겼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 인근 해역에서 범고래를 관찰하던 야생 사진작가 샤르베 드러커는 범고래 무리가 물범을 사냥하는 추격전을 포착했다.
드러커는 지난 2일 시애틀 인근 살리시 해안의 한 섬에서 보트를 타고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최소 8마리 이상의 범고래 무리를 발견했다.
범고래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꼬리를 공격적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사냥을 하는 움직임이었다.
이에 카메라 줌을 당겨 관찰하자 범고래 무리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점박이 물범 한 마리가 보였다. 물범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범고래가 일으킨 물거품으로 공중에 튕겨질 정도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드러커가 '물범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했을 무렵, 범고래떼와 물범은 그가 탑승한 배를 향해 헤엄쳐오고 있었다. 그는 야생동물 보트 운항 규정에 따라 고래가 다치지 않도록 엔진을 껐다.
그 순간 점박이 물범이 물에서 튀어올라 모터 근처 배 선미에 있는 수영 플랫폼에 몸을 걸쳤다. 야생동물 보호 규정에서는 물범(또는 물개)을 만지거나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드러커는 카메라만 조심스레 들어올려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사냥감을 놓친 범고래들은 포기하는 대신 여러 마리가 함께 움직이며 배를 흔들었다. 범고래들의 사냥 방법인 '웨이브 워싱'(Wave-washing)이다. 여러 마리가 함께 물보라를 일으켜 물 밖으로 도망친 물범, 물개 등을 다시 바다로 빠뜨리는 방법이다.
물범은 배 밖으로 한 번 미끄러졌지만 다시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결국 범고래들은 15분이 지나자 헤엄쳐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드러커는 “나는 원래 범고래 편이었지만 그 물범이 배에 기어오르는 순간은 물범의 편이 됐다”면서 “이후 물범을 태우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해안에 가까워지자 물범은 배에서 내려도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스스로 배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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