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칼럼] 주택연금보다 유리한 농지연금

2024-10-23

7월 한 국제세미나에서 필자가 한국의 농지연금제도를 소개하자 다른 나라 공무원들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농지연금은 대한민국이 2011년 도입한 세계 최초의 농지 역모기지론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상 2024년까지 농지연금 가입자 3만2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농지연금이 주택연금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연금 누적 가입자수는 올 8월까지 주택연금 13만1000명, 농지연금 2만7000명이다. 연금 수령자 평균연령은 주택연금 72세, 농지연금 73세로 비슷하다. 월평균 수령액은 주택연금 122만원, 농지연금 108만원이다. 그러나 동일한 가치의 부동산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때 농지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3억원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연금 가입자가 70세부터 매월(종신형)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은 90만원 수준이지만 농지연금은 훨씬 많은 130만원에 달한다.

또 농지연금은 장기 영농인에게 5%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중간에 연금 수령을 포기한 후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반환받을 때의 이자도 농지연금은 연 2%(고정금리)인 데 비해 주택연금은 연 5% 수준으로 농지연금이 절대 유리하다. 주택연금은 해당 주택에 연금 수령자의 거주 의무가 있어 임대 소득 창출이 어렵지만 농지연금은 해당 농지의 임대도 가능해 연금 외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올들어 주택연금 가입자는 전년보다 감소하는 반면 농지연금 가입자는 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규제 완화로 주택가격이 오르자 주택연금 가입이 주춤하고 있다. 반면 농지규제 강화로 농지가격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자 농민들은 농지연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 전국의 농지 실거래 가격(농지은행 집계)은 2021년 1평당 27만원에서 지난해 20만원, 올해 상반기에는 18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인구소멸지역의 농지연금 활성화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 특히 농지가격 하락으로 인한 연금 수령액이 크게 감소되지 않도록 ‘소멸지역 인센티브’를 검토할 만하다. 수도권 농가수는 전국의 13%지만 지난해 농지연금 가입자 중 수도권 비중은 20%다. 그 이유는 수도권의 농지가격이 비싸 수도권 신규 가입자(종신형)의 연금 수령액(179만원)이 비수도권(122만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지규제 완화는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농지연금 확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공유해야 한다. 3억원의 농지를 담보로 70세부터 농지연금을 받을 때 130만원의 농지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2억원으로 농지가치가 떨어지면 연금은 87만원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4억원으로 상승한다면 연금이 174만원으로 증가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농지투기사태 이후 강화된 농지규제를 손봐 농지거래 활성화 및 농지가격 안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농지연금의 또 다른 장점 하나는 상속인간 분쟁 소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연금 수령인이 모두 사망하면 연금 운용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그동안 지급한 금액과 농지 처분 후 잔존가치를 비교한 뒤 남으면 상속인에게 나눠 주고, 모자라면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 추가적인 개선과제로서 연금 지급이 종료된 후 담보 농지 처분 시 농어촌공사가 모든 농지를 매입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지연금 중도해지의 주요 사유인 자녀의 반대나 중도 농지 매도 등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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