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DB월드의 DB메탈 합병 작업을 놓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DB월드는 지난 3월 24일 DB메탈을 흡수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DB메탈 지분 24.34%를 보유한 대주주다. 하지만 DB메탈은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가 부채비율도 높다. DB메탈 부채의 상당 부분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김남호 회장 부친)이 지급보증을 섰다. 김남호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DB메탈 부채 상환이 중요한 문제다. DB월드와 DB메탈의 합병도 DB메탈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모회사 DB하이텍에 부담
DB월드는 골프장 레인보우힐스컨트리클럽(CC)을 운영하며, DB메탈은 합금철을 제조한다. DB월드의 DB메탈 흡수합병 절차는 오는 7월 1일 완료될 예정이다. DB월드가 합병 후 DB메탈의 부채를 떠안으면 이는 모회사 DB하이텍에 부담이 될 수 있다. DB월드의 현 재무 상황을 감안했을 때 DB하이텍 지원 없이 DB메탈 부채를 상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DB메탈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938억 원에 달하지만 DB월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44억 원뿐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에도 DB월드에 유상증자 형태로 890억 원을 투입한 바 있다.
DB하이텍 입장에서는 합병을 진행하면 DB월드 지분율도 희석된다. 현재 DB월드 주주는 △DB하이텍 81.76% △김남호 회장 3.00%, DB메탈은 △DB하이텍 28.83% △김남호 회장 24.34% 등이다. 합병 후 DB월드의 주주는 △DB하이텍 72.07% △김남호 회장 6.91%가 된다.
언뜻 보기에는 DB월드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할 필요성이 낮아 보인다. DB메탈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DB메탈의 매출은 2023년 3738억 원에서 2024년 2003억 원으로 45.93% 줄었다. DB메탈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553억 원, 12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수익성도 좋지 않다. DB메탈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88.49%에 달한다.
이 때문에 DB월드와 DB메탈의 합병은 여러모로 DB월드에 손해라는 평가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안 그래도 DB하이텍의 DB월드 지분율이 희석되는데, DB메탈 부채 상환 지원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김남호 회장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너들이 자기 자산 지키려다가 망한 기업이 한둘인가”라는 비난이 등장했다.

#동해시 부동산 개발은 어떻게?
DB월드는 DB메탈 흡수합병을 두고 “DB월드가 DB메탈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협력 상대로 평가된다”며 “합병 법인은 종합 부동산 회사로서 부지의 개발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시했다.
DB메탈은 합금철 전문 업체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황 악화로 동해공장 생산 공정을 축소했고, 축소된 곳은 유휴부지가 됐다. DB월드는 이 유휴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DB월드에 따르면 유휴부지 부지 면적은 69만 2357㎡(약 20만 9438평)로 이 중 절반 정도가 개발 가능하다.
DB월드는 유휴 부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문화시설이나 리조트 건설 가능성이다. 부지가 동해역 인근에 있어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리조트의 수익성은 장담할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동해시를 찾은 방문객은 △2020년 1028만 7991명 △2021년 991만 4131명 △2022년 1199만 1497명 △2023년 1194만 8419명 △2024년 1154만 5093명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로 방문객이 하락하고 있다. 2020~2021년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2022년의 방문객 증가도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파트 등 주택을 건설할 가능성도 있으나 지방 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불안 요소다.
DB월드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는 정해진 계획이 없는데 소액주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개발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DB그룹 관계자는 “DB메탈이 보유한 유휴부지의 활용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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