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절반 가까이가 건강보험 급여가 아닌 비급여로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급여 환자는 10대 등 젊은층에 집중됐다.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이 약이 ADHD 치료 외 용도로 오남용되면서 치료제 수급 상황도 불안해지고 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DHD 치료제(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 전체 처방량의 45.2%가 비급여로 처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비급여 처방 비율도 41.9%로 비슷했다. 전체 치료제 처방 인원 대비 비급여 처방 인원 비율은 지난해 27.4%에서 올 상반기엔 39.2%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집중력과 각성을 조절하는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급여·비급여 환자의 평균 처방량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건보 급여 환자는 1인당 평균 249개를 처방받았지만, 비급여 환자는 2.2배 높은 545개였다.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보다 ADHD가 아닌 환자가 훨씬 더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가 정신 질환이나 파킨슨병 등에 비급여로 일부 쓰일 수 있지만, 유독 많은 양의 처방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오남용 우려가 큰 셈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젊은층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 올해 상반기 ADHD 치료제 비급여 처방량의 79.4%는 10~30대에 집중됐다. 10대(37.6%)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위 '공부 잘 하는 약', '집중력 약'으로 유행하면서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 있는 약사 A씨는 “이 약의 건보 급여 처방은 소아청소년과가 많은 편이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선 비급여 처방이 많다”면서 “수능 점수와 공부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비급여로 처방받은 뒤에 ‘괜찮다’ 싶어서 계속 오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ADHD 치료제에 따른 약물의존·중독이 우려되는 사례도 나왔다. 30대 환자 B씨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만560개의 약을 93차례에 걸쳐 처방받았다. 20대 환자 C씨는 13개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약 8658개를 처방받았다. 과잉처방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도의 한 의사는 2022년부터 꾸준히 환자 1인당 처방량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환자 3명에게 약 1만6276개를 처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틸페니데이트를 잘못 쓰면 식욕 감소와 불면증, 틱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약 오남용과 무분별한 처방으로 진짜 필요한 환자가 ADHD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 중 하나인 ‘콘서타 27mg’의 제약사인 한국얀센은 지난달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약 공급에 일시적 문제가 있다고 식약처에 신고했다. 이달 초 공급이 재개되긴 했지만 수급 불안은 여전하다.
식약처는 지난달 고시 개정을 통해 ADHD 치료제 관리 강화에 나섰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ADHD나 수면발작 치료 목적으로만 쓰이도록 처방을 제한한 것이다. 3개월 넘는 처방과 투약을 금지하고, 비의학적 처방을 지속할 경우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윤 의원은 “필요한 환자에 치료제가 제때 쓰이도록 철저한 오남용 관리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식약처·심평원 시스템 연계 강화로 과도한 마약류 비급여 처방 의심 사례를 빠르게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