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폐기술의 미래
한국조폐공사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세계적으로 맛을 인정받는 국산 배가 수출될 때, 보안 라벨이 붙는다. 중국산 농산물이 국산인 양 둔갑 못 하게, 보는 각도에 따라 ‘정품’ 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라벨이다. 이걸 제조하는 곳이 한국조폐공사다. 농산물뿐 아니라 화장품·의류 등도 이 같은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보증서, 검수 꼬리표를 달고 해외시장을 누빈다.
1951년 창립된 한국조폐공사를 돈 찍어내는 곳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화폐 제조는 공사 매출의 25%에 불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만큼 부가사업이 늘어난 건 2009년 오만원권 도입이 결정적이다. 만원권 생산과 수표 사용이 줄고 신용카드와 페이 결제가 보편화하자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미 여권·인감증명서 등 다양한 문서에 적용해온 보안기술을 모바일신분증 등 신사업으로 확대했다. 화폐제조에 특화된 요판기술을 활용해 기념주화는 물론 명화 판화 제작까지 팔 걷었다. 결국 원천기술의 힘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조폐공사 경영진이 대표필진으로 나서 이같은 혁신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실패 경험도 담담하게 풀었다. 다소 중복되는 서술이 흠이지만 공기업의 경영 이야기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