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스라엘군 위협에
팔레스타인 언론인 247명 희생
국제사회 “충격” 비판 목소리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습으로 언론인 5명이 숨지면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기자 수는 247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이 외부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한 가운데서도 참상을 전해온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기록하고 증언할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세계의 증인’ 역할을 해온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목숨의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보를 더욱 제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서사 통제’(narrative control)를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부에서 소식을 전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하마스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살해당한 알자지라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다. 알샤리프는 가자지구 북부 최전선에서 참상을 보도하며 ‘가자지구의 얼굴’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가 하마스의 세포조직 수장이라며 공습을 정당화했다.
NYT는 가자지구 기자들이 하마스의 통제와 피란 생활, 이스라엘군의 살해 위협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억압해왔으며, 이 중에는 언론인도 다수 포함됐다. 팔레스타인 기자연합 부회장 타흐신 알아스탈은 하마스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온 점에 동의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언론인 살해를 비판했다. 알아스탈은 “이스라엘은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세계가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다른 가자지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전쟁이 초래한 고통을 겪는다. 조디 긴즈버그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대표는 “그들 역시 끊임없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으며, 극도로 불안정한 주거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방송사 알코피야 사진작가 게바라 알사파디는 “보도하기가 두려울 지경이지만 별다른 보호책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잇따른 언론인 살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PJ의 중동·아프리카 담당 국장 사라 쿠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언론인을 살해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더는 처벌받지 않고 행동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 타민 알키탄은 “충격적인 일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책임 규명과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병원 공습으로 언론인 5명을 포함해 다수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하마스의 감시용 카메라를 파괴하기 위한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 중 6명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