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경북 산불의 산림 피해 규모가 서울시 전체 면적(약 6만ha)의 1.5배가 넘는 9만9000여ha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산림청이 당초 추산한 피해 규모인 약 4만5000㏊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산불 진화 후 진행되는 피해조사에서 실제 산림 피해 면적이 추정치보다 대폭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산림청의 분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기관 합동 조사 결과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산불 피해 규모는 9만9000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동조사에는 경북도와 시군, 산림청 등이 참여했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 이후 최근까지 경북의 ‘산불영향구역’ 추정치가 4만5157㏊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 확인된 피해 규모가 산림청 추정치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불길(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이다. 이 때문에 화재가 진화돼도 타지 않은 부분까지 산불영향면적에 포함된다. 피해 면적은 진화가 완료된 뒤 현장조사를 거쳐 실제로 불에 탄 산림의 총면적을 뜻한다. 따라서 산불영향면적이 실제 피해 면적보다 넓게 잡히는 것이 통상적이다. 예컨대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의 경우 진화 후 산불영향구역이 2만923㏊로 추정됐다가 실제 피해 조사를 거쳐 최종 집계된 피해 면적은 1만6302㏊로, 추정치의 약 78% 수준이었다.
산불의 실제 피해 면적이 크게 늘면서 산림청의 당초 피해 규모 추산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불영향구역보다 피해 면적이 2배나 큰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산림청이 기본적인 수치부터 엉터리로 발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불영향구역과 피해 면적은 개념이 달라서 단순 비교할 수 없고, 진화 이후 피해 면적이 공개되는 만큼 산불영향구역을 의도적으로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영향구역은 산불 진화에 활용하기 위해 ‘화선(불길)’을 기준으로 추산된다”며 “실제 피해 면적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북에서 조사된 피해 면적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실사를 거쳐 확정된다”며 “아직 피해 면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불 피해 면적이 크게 늘면서 피해액 또한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 등은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액을 1조1306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 국토의 총산림면적은 630만㏊로, 1㏊당 공익적 가치는 약 4110만원이다. 산불 피해 면적이 약 9만9000ha일 경우 훼손된 공익적 가치는 4조원이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