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진 발생 시 차량 사고 위험이 실제로 증가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내비게이션 앱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지진학회(SSA) 연례 회의에서 미국 교통부 산하 연구원 윌리엄 추프(William Chupp)를 비롯한 연구진이 지진 진동 강도, 크라우드소싱된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의 교통 데이터, 그리고 경찰의 사고 보고서를 결합해 이 상관관계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규모 4 이상의 지진 412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5천만 개 이상의 도로 구간에서 수집된 사고 및 도로 위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최근에서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쉐이크맵(ShakeMap) 데이터와 대규모 교통 데이터 세트를 결합함으로써, 지진의 흔들림 강도와 자동차 충돌 사이의 연관성을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기 결과는 조심스럽다. 일부 지역에서 미세한 사고 증가가 관찰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데이터의 양과 빈도수가 부족해 광범위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흔들림이 미약한 지역에서는 사고 증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연구진은 “지진 발생 직후 약 두 시간 동안의 교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충돌 사고가 확연히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는 데이터는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흔들림이 강했던 일부 지역에서는 약간의 증가가 감지되기도 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운용 중인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쉐이크알리트(ShakeAlert)'의 개선에도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추프는 “언제, 어디서 경고할지, 그 경고의 범위를 어떻게 조정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진이 실제로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2023년 캘리포니아 오자이 지진과 같은 특정 사례에서도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지진은 허리케인 힐러리와 동시에 발생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사고 신고가 급증한 것이 관측되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은 쓰나미 경보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해안 지역에서 차량 이동이 급증하며 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접적인 지진의 영향보다는 교통량 증가가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추프 연구원은 “결국 지진 자체보다는, 지진에 대한 경고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도로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진 발생 시 도로 위 차량 수와 같은 노출 데이터의 부재는 분석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재해가 사회적 시스템, 특히 교통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