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충격적 사건이 연속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 발생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금은 전 세계 미디어의 톱뉴스를 장식했다. 온 국민은 둘로 쪼개져서 혹한의 길거리에서 연일 자신들의 주장만을 외친다. 이것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며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나라의 품격이 처참히 추락해서 실로 부끄럽고도 참담하다. 국격은 나라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특히 정치권의 품격이 국가경쟁력은 물론이고 선진국의 지위를 담보한다. 화려한 시설과 건축물이 많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5성급의 좋은 호텔은 후진국에도 숱하다. 하지만 호텔 종사자의 매너나 품격 그리고 호텔 밖의 인프라가 선·후진국을 결정한다. 선진국은 도로나 상하수도와 같은 기초 인프라와 교육, 의료, 안전과 같은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다. 특히 청결, 예절, 약속 준수,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어야 고품격의 선진국으로 불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추락하는 것은 단지 국격뿐만 아니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조직에서도 품격의 손상이 극심하다. 지독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을 넘어서서 남을 돕는 일에는 아예 관심을 끄고 산다. 반성의 손가락이 자신을 향하지 않고 남의 잘못만을 거칠게 지적한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겸양의 미덕과 품격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독선과 독단 그리고 독설 장면은 지겹도록 보아 왔다. 입만 열면 국민의 대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순화된 언어를 들어보기가 쉽지 않다.
하루속히 품격이 회복되어야 한다.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공자는 자신만이 최고이며 최선이라고 자만하는 자에게 네 가지 독소를 끊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소위 절사(絶四)다. “억측하지 말 것(毋意), 독단하지 말 것(毋必), 고집하지 말 것(毋固), 자만하지 말 것(毋我)”이다. 이것들을 온전히 끊어내야 불행과 재앙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남 탓’만 하지 말고, 남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충고다. 그 실천의 기초는 독서다. 서머셋 모옴이 말했듯이 독서 습관은 불행을 회피하는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품격을 갖추려면 책 읽기가 필수다. 독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고하고,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한다. 더욱이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다. 세계 교육의 혁신을 일으킨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4C를 강조한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효과적 의사소통(Effective communication), 협력과 협동(Effective collaboration)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역시 독서가 긴요하다. 그런데 지난 연말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의 57%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어찌 이런 경사가 났는지 심히 의아할 뿐이었다.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의 품격을 크게 높여준 사건임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신기한 일은 지난 13일 미국 프로풋볼(NFL) 경기장에서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와이드 리시버인 A. J. 브라운이 경기 도중 벤치에 대기하면서 책 읽는 장면이 스포츠 중계를 통해 방송됐다. ‘탁월한 성과와 최상의 삶을 위한 마인드 훈련’이란 부제가 달린 스포츠 지도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브라운은 “책을 읽으면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은 지독한 책벌레다. 그의 독서 습관은 ‘123법칙’으로 요약된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책을 읽고, 일주일에 두 권 이상 읽으며, 한 번에 세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콜마 직원은 모두가 독서클럽 회원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독서를 권장하는 회사가 있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4 제11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직장’으로 인정을 받은 동우씨엠(주)이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회사는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 사내 문고를 설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서 활동을 장려한다. 독서가 개인의 품격향상은 물론이고 회사 전체의 역량도 끌어올릴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렇듯 독서를 강조하여 구성원의 품위를 높이려는 기업은 강한 조직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겸손하게 배우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들에게서 훌륭한 매너를 보기 때문이다. 좋은 매너로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여는 리더들은 독서 습관이 철저히 몸에 밴 책벌레들이다. 이제부터라도 제발 남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국민 모두 열심히 책을 읽고 품격을 높이자. 그것이 국격을 회복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