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 1960년부터 지금에 이르는 기간의 중간 시점인 1987년 민주화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은 그전보다 세배 이상 증가했다. 산업구조도 하이테크와 케이(K)-문화로 바뀌었다.
민주주의가 번영을 가져온다는 것은 경제학자들도 인정한다. 민주주의 정치경제학으로 불릴 만한 연구 중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민주주의에 기반한 포용적 제도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한다. 민주주의 없는 자유는 힘 가진 자가 힘 없는 자를 지배하고 다양성을 부정한다. 민주주의는 시장을 보다 포용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교육, 보건, 인프라 건설 등 공공재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헌법’의 국민주권주의가 추구하는 바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논쟁을 폭력 대신 법치로 해결한다. 법치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다.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정하고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 공익을 빙자해 사익을 추구하는 도둑 정치(kleptocracy)다. 정치적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들이 당파적 이익을 뛰어넘어 폭력자를 과감히 손절매하고 민주적 제도를 적극 보호하는 법치의 품격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엔 자신이 손절매된다는 위기의식으로.
법치와 집회·결사의 기본권에 기반한 선거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법치는 정치 엘리트의 폭력을 제어하고 자유로운 선거는 투표자의 힘으로 타락한 정치권력을 교체한다. 타락한 정치권력은 법치와 선거 시스템을 부정해 착취적인 사회로 후퇴시킨다. 결국 부를 장악하고 국민에게는 빈곤을 남긴다.
12·3 비상계엄은 정치적 논쟁을 법치 대신 군대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했다.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권을 불신·부정해 의회와 사법부를 구속하고 삼권분립을 부정했다.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해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비상계엄의 대가는 컸다. 12·3 비상계엄 즉시 주식시장에서는 150조원 상당 가치가 일거에 사라졌다. 환율은 1500원 가까이 급등해 글로벌 경제활동과 무역으로 사는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도 부채 증가로 힘든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여행이 취소되는 등 자영업자들의 수익과 여행수지도 악화됐다. 서구 민주주의에 익숙한 서양인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 K-문화로 자랑했던 대한민국의 브랜드파워는 급락했다.
법원만 처벌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시장도 가차 없다. 사실 더 무서운 것은 감옥이 아니라 시장이다. 감옥은 재워주고 먹여주나 시장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바로 그랬다. 국가는 부도났고 수많은 기업과 개인이 파산했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 지지부진하고 주저하면 한국경제는 더 큰 손실과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헌법재판부 완성은 법치 회복의 최소 요건이다. 삼권분립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계엄을 포함해 재산권과 선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보다 단단한 민주주의 궤도로 진일보해야 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