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사직 롯데전에서 장지수(24·한화)는 분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당일 그는 5-10으로 밀리던 7회말 등판했다. 사실상 승패가 갈린 경기였지만, 누군가는 마운드를 지켜야 했다. 이른바 패전 처리. 그 역할을 장지수가 맡았다.
1군 경험이 적은 장지수에겐 자신의 공을 선보일 소중한 기회였다. 그가 남은 이닝을 막아주면 팀도 더 이상의 불펜 소모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7회는 실점 없이 넘겼으나 8회말 급격하게 흔들렸다. 아웃 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채 4실점 한 뒤,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장지수는 대신 마운드에 올라오는 김규연을 향해 “미안해”라고 말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선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내리치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제 몫을 못 해 분했다. 동료에게 부담을 떠밀어 미안함을 느꼈다. 이 장면들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장지수가 흘린 눈물도 조명을 받았다.
장지수는 새해를 앞두고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앞으로 그런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20순위)에서 KIA의 지명을 받은 장지수는 2022시즌 종료 후 한승혁과 함께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첫해인 2023시즌 한 차례 1군 마운드에 섰고, 2024시즌 13경기에 등판했다.
장지수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며 “1군에서 더 많이 던졌고, 새로운 구종도 연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중에 이대진 퓨처스(2군) 감독에게 커터, 시즌 종료 후 교육리그에선 양상문 투수 코치에게 스플리터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 2025시즌 ‘신무기’로 활용하려고 꾸준히 연습 중이다.
장지수는 2일 류현진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미니 캠프를 떠난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 시절부터 비시즌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리고 한화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는데, 이번엔 장민재, 황준서에 더해 장지수도 참여한다. 류현진이 항공료와 숙박, 식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장지수는 “류현진 선배님이 편하게 운동만 할 수 있게끔 해주셨다. 비시즌 운동을 해외에서 하는 게 처음이라 설렌다”며 “선배님의 루틴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프로 7년 차가 된 장지수는 1군 통산 37경기 승, 패, 홀드, 세이브 없이 평균자책 7.40의 성적을 거뒀다. 일찍 군 복무를 마친 장점이 있지만, 더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장지수는 “많이 간절하다”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의 새 시즌 목표는 1군에서 30경기 이상 등판하는 것이다. 첫 승리, 첫 홀드, 첫 세이브 중 뭐든 하나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장지수는 “팀이 새 야구장에서 꼭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올해는 저도 주연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지수는 혹여 야구 때문에 다시 눈물을 보인다면, 그 의미는 지금과 다를 것이라고 휴대전화 너머로 슬며시 웃었다. 그는 “목표한 것을 이뤄 뿌듯함이 담긴 눈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