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참여한 후보 3곳 중 1조 원이 넘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면에서는 우위에 오른 흥국생명이 자금조달과 대주주적격심사 등 나머지 요건에서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11일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가 진행한 본입찰에서 1조 원을 크게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는 흥국생명 외에 한화생명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9000억 원 대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주주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분산된 재무적투자자 지분을 합친 최대 98.8%다. 매각 주관사는 가격과 거래 완료 가능성을 검토해 이르면 이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할 예정이다.
예비입찰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던 흥국생명은 본입찰에서 기존보다 2000억 원 이상 가격을 올려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나타냈다. 흥국생명의 올 6월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5434억 원이며, 금융기관예치금과 기타유동자산을 더하면 9267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한화생명 보다 적지만, 의지가 크다면 인수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올 10월에는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을 흥국코어리츠에 매각해 7193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앞서 후보 3곳은 예비입찰 단계에서 8000억~1조 원 대의 가격대를 각각 냈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가장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흥국생명에 비해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이 압도적으로 큰 데다 한화금융그룹의 자산운용사에서 적극적으로 부동산 자산운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 3743억 원이고 금융기관 예치금·기타유동자산까지 포함하면 9조 6529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실사 과정에서 해외 부동산의 손실 여파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운용보수보다는 성공보수가 중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업구조는 업황에 따라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송연호 한화생명 경영기획팀 파트장은 이달 1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지스의 부동산·대체투자 전문성은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내용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에 성공했고, 케이조선 인수전에 글로벌PEF TPG와 손잡고 등판하는 등 최근 들어 주요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인수합병(M&A)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세청이 이달 13일부터 태광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는 등 악재도 나오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지분 관계가 없지만 각각의 대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두 계열사는 별개의 법인이며 세무조사 배경으로 지목돼온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이 취소됐고, 태광산업이 자사주 처분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어서 흥국생명과 관계가 없다는 반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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