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게리맨더링 전쟁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 조정 시도가 장기적인 선거 전략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텃밭인 미국 남부 지역의 인구 증가 등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 조정까지 성공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공화당 연방 하원 의석을 5석 이상 늘리기 위한 선거구 조정을 압박하며 게리맨더링 전쟁에 불을 댕겼다.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선거구 개편안은 23일 텍사스 상원을 통과했다. 공화당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인디애나·미주리·사우스캐롤라이나·뉴햄프셔 등 최소 6개 주에서 10개 이상의 신규 의석 확보를 목표로 선거구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에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강세 지역들도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에서 주별 선거구 조정은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이뤄지지만, 텍사스주의 이번 선거구 조정은 2021년 이후 불과 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칙을 무시하고 선거구 조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번 조정을 통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수 있는 장기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노림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내년 중간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이라고 평가한다. 미 연방 하원은 공화당 219석, 민주당 212로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23개 주의 주 의회와 주지사직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5개 주만 통제하고 있어 공화당의 영향력은 민주당을 압도하는 형세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텃밭인 플로리다, 텍사스 등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으로 인해 2030년 공화당 성향의 주에 최대 11석의 하원 의석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구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나 흑인, 아시아계 등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선거에서 유색 인종의 공화당 지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 방위군을 곳곳에 파병하는 것도 내년 선거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한 LA의 폭동을 이유로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했으며 최근에는 워싱턴 DC에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일리노이주), 볼티모어(메릴랜드주), 오클랜드(캘리포니아주), 뉴욕(뉴욕주) 등에도 같은 이유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모두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주 방위군 파견으로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공화당이 치안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