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의 마지막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준비 없는 이별이었다. 황망함은 빈소에서 끝나고, 슬픔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발인 다음 날 주민센터에서 사망 신고와 함께 신청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감내를 각오했던 비통함 대신 분노만 불러왔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나뿐 아니라 가족 떠나보낸 유족 대부분 겪어왔고, 겪을 일이라는 걸. 또 정부가 망자와 유족 편의를 돕기보다 채무 징수 궁리만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납부는 쉽게 독촉, 조회는 발품
법 탓하지만 정부 편의 앞세워
'원스톱' 홍보에 걸맞게 바꿔야
지난 2015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사망자가 남긴 여러 재산과 채무를 한 번에 조회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행안부 홍보 문구 그대로 사망자 정보를 상속인에게 알려주는 재산조회 통합처리 서비스다. 금융거래는 물론 각종 연금, 토지·건축물 등 20여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항목별 정보 조회가 가능해지면 상속인 휴대전화로 알림 문자가 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일 빨랐다. URL 없이 '홈페이지에서 4대 보험 징수자료 조회가 가능하다'고 왔다. 모든 조회 서비스는 모바일 아닌 PC에서 인증 거친 후에야 가능한데, 어렵게 인증하고 신청 접수 번호까지 입력했더니 10월분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별 미납 보험료를 내라는 화면이 떴다. 한참의 통화 대기 후 AI를 거쳐 어렵게 상담원과 닿았는데, 납부 가능한 은행 가상계좌번호를 줄 테니 오늘 당장 돈을 내라고 했다. 원래 예정일에 내려면 그때 다시 전화해 다른 가상계좌번호를 새로 받으라고 했다. 매달 아버지가 받던 연금 정보 확인인 줄 알았다가 거꾸로 낼 돈을 알게 돼서가 아니라, 지나친 행정 편의적 접근에 기분이 상했다. 처음부터 보험료와 계좌를 안내하면 할 필요 없는 수고였다.

신용카드 결제대금 안내문자는 다행히 달랐다. 입금용 가상계좌번호까지 한 번에 안내했다. 이 서비스 신청할 때 기대했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금융투자협회 문자는 건보공단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피상속인 증권 계좌 있음 상세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직접 조회'라는 문자를 받고 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거래했던 증권사 대표전화만 있었다. '잔고내역은 해당 금융회사에 문의 바란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어렵게 증권사 상담사와 연결이 됐다. 내 신원과 서비스 신청 접수 번호까지 다 확인한 후 상담사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서류와 영업점 정보를 문자로 달라고 요청했다. 사망 확인서류에 상속인 확인서류, 인감증명서…. 확인을 접고 싶을 만큼 많았다. 영업점 안내 링크는, 심지어 해당 증권사 앱 까는 앱스토어로 연결됐다. 이쯤 되면 원스톱 서비스가 아니라 한 번에 끝낼 일을 일부러 여러 스톱 더 일 시키면서 사람 화 돋우는 서비스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홈페이지에서 은행별 잔액은 알려준다. 그런데 유족이 대략 알던 것과 차이가 컸다. 홈페이지를 보니 '신청서의 사망자 이름과 은행 보유 사망자 성명이 일치하지 않으면 금융거래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돼 있었다. 엄격한 금융실명제라 사망자 이름과 계좌 이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유족이 사망자 계좌 정보를 전혀 몰랐다면 상속세 신고든, 나중에 인출할 때든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유족이 내야 할 망자의 보험료와 카드대금은 척척 알려주면서, 잔액 조회는 어렵게 막고 부정확한 정보를 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행안부 담당자는 "이런 내용은 몰랐다"며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금융실명제법을 넘어서는 법률이 없어 벌어지는 문제이고, 금융정보는 금융결제원 담당"이라고 했다. 지난 10년간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 입법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했다. 돌고 돌아 금융감독원 담당자를 어렵게 찾았는데 그 역시 "해본 적 없어 잘 모르지만 법률문제"라고 했다. "서류 준비해서 직접 개별 금융사에 가면 정확했을 텐데"라면서. 채무와 잔액 조회가 다른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
문득 정책 홍보와 정반대인 이런 실망스런 서비스가 어디 사망자 재산 조회뿐일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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