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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몸을 던지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건강을 되찾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MLB)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어깨 부상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이정후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수비, 주루 등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슬라이딩 연습 과정에서 나왔다. 이정후는 양쪽 어깨를 앞으로 쭉 뻗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무리 없이 해냈다.
기술이 좋은 이정후에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이정후는 지난해 5월13일 신시내티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하며 왼쪽 어깨를 다친 경험이 있다. 이 여파로 수술까지 받았고, 빅리그 데뷔 시즌을 37경기 만에 마감했다. 부상이 걱정돼 움츠러들 수 있지만, 이정후는 거리낌 없이 슬라이딩 훈련을 마쳤다. 그는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캠프에서 라이브 배팅을 하며 타격감을 올리고 있다. 기계가 아닌 투수의 공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다. 이날 두 번째 라이브 배팅을 한 이정후는 오른손 투수 헤이든 버드송의 네 번째 공에 배트를 냈다. 공 4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진 못했다. 그는 “남은 라이브 타격과 시범경기를 통해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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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시즌을 앞둔 이정후는 더 간절해졌다. 2023시즌 종료 후 6년 최대 1억13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부상이란 암초를 만나 너무 일찍 시즌을 접었다. 디애슬레틱은 “37경기 만에 기대주에서 잊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빅리그 첫 번째 시즌을 허무하게 끝냈지만, 이정후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우리는 여전히 그의 잠재력이 높다고 믿는다”며 “아직 젊고,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의욕도 가득하다”고 했다.
이정후는 2024시즌 부상 전까지 타율 0.262, 2홈런, OPS 0.641의 성적을 거뒀다. 디애슬레틱은 “전체 성적만 보면 평균 이하의 공격력을 보여준 것처럼 보이지만,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다”며 “시속 95마일(약 153㎞) 이상의 공 82개 중 헛스윙한 건 4개뿐이었다. 투수들이 이정후의 배트를 피해 공을 통과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고 이정후가 보인 가능성을 짚었다.
이정후는 부상에서 복귀한 올해 팀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타순은 1번과 3번이 거론된다. 이정후는 “팬들과 팀에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다”며 “모든 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