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사랑에 빠진 ‘유준’(도경수)은 왜 ‘정아’(원진아)를 수소문하지 않을까
2.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3. 엔딩에 대한 서유민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이 한국판으로 재탄생했다. 2008년 대만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번 영화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준’(도경수)과 비밀을 간직한 소녀 ‘정아’(원진아)의 진한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대만 원작을 틀 삼아 한국적 정서를 얹고자 했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진 ‘유준’이 ‘정아’에 대해서 주변에 물어보질 않아 답답한 상황에 빠져드는 게 요즘 남자 같지 않게 비친다. 스포츠경향은 최근에 만난 서유민 감독에게 이런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었다.
■쟁점1. ‘유준’은 왜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주변에 묻질 않는 걸까
‘유준’은 상큼발랄한 ‘정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휴대폰조차 없는 정아와 연락닿을 길이 없어 애태운다.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겨우 데이트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주변에 ‘정아’에 대해 물어볼 법 한데 유준은 가슴앓이만 할 뿐, 괴로움을 혼자서 간직한다.
“보통의 남자였다면 바로 주변에 ‘정아’의 정보를 물어봤겠죠. 하지만 ‘유준’은 독일에서 건너왔고 한국사회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엄청난 공황장애로 인해 피아노 치던 콩쿠르 무대에서 쓰러지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친구들과 가볍게 놀면서 녹아들진 못할 것 같았고요. 또 연애할 때 여자친구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잘 말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만 간직하는 남자들도 있잖아요? 전 그런 진중하고 멋있는 매력을 유준에게 심어주고 싶었어요. 연락이 닿지 않고 자꾸 사라지는 것도 정아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지, 남들에게 물어볼 것 같진 않더라고요.”
■쟁점2. 정보 과부하인 2020년대를 배경으로 한 까닭은?
원작과 달리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선 2020년대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으로 정보가 과부하된 상황이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춘 ‘정아’와 이를 궁금해하는 ‘유준’의 설정이 잘 묻어날지는 미지수였다. 모험을 감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원작을 안 본 사람이 봐도 궁금해할 수 있도록 동시대성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정아가 왜 집에 안 들어가고, 휴대폰이 없다고 하지?’라고 의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궁금해하게 2020년대 이기들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배경을 그렇게 선택했어요. 그 갭에서 오는 재미도 주고 싶었고요.”
■쟁점3. 부모 아닌 사랑을 선택하는 엔딩, 어떻게 생각할까
‘유준’과 ‘정아’는 서로밖에 안 보일 정도로 처절하게 사랑하는 터라, 결국 선택지도 그들 밖에 없었던 듯 하다. 부모 아닌 사랑을 택하는 엔딩에 대해서 서유민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도 끝까지 고민하긴 했어요. 다른 엔딩으로 시나리오를 여러번 써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편집할 때 생각해보니 사랑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엄청난 결정을 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맞겠더라고요. 첫사랑의 열정인 거죠. 삽입곡인 ‘매일 그대와’처럼 계속 함께 있고 싶어서 마지막 선택을 한 건데, 그 엔딩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그리고 우스개소리지만, 아마 ‘유준’인 엄청 잘 살았을 거예요. 미래를 알기 때문에 엄청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