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조지아 구금시설 면회 시간…돌아선 韓 구금자 가족들 [밀착취재]

2025-09-07

“나가라고 이미 세 번 말했다. 더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州) 최남단 포크스턴의 디레이 제임스 교정 시설, 오후 12시 30분이 조금 안 된 시간 수용소 관리관이 으름장을 놨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이 시설의 일반인 지인 면담이 허용된 날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은 오후 2시15분까지 지인 면담이 가능했지만, 수용소 관리관은 한국인들을 포함해 구금자들을 면담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이들을 돌려보냈다. 이날 수용 가능한 면담자를 모두 받았다는 이유였다.

4일 ICE 등 미 당국의 급습으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 구금된 친척 조카를 만나기 위해 전날 포크스턴에 도착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애틀랜타 교민 가족은 결국 조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이날 한국인 구금자들의 미국 거주 친척, 현지 업체 동료, 변호인 등 100여명이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 길게 줄을 섰지만 초반 입장한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곤 가족, 동료를 만나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LG 측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 당일 오전부터 ICE가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갑자기 헬기와 군용차들이 들이닥쳤다며 “지옥같았다”고 표현했다. 이 직원도 구금된 동료 직원을 만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줄을 섰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ICE의 일반인 구금자 면담은 원칙적으로 토, 일만 가능하다. 구금자의 이름과 수감시 부여받는 외국인 번호, 면담자 본인 신분증을 제출하면 선착순으로 40명씩 면담을 하러 들어갈 수 있다. 이날 한국인 구금자들을 만나기 위한 한국인 면담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줄은 평소보다 길었다. 6개월간 친구가 이 구금소에 구금돼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어 주말에 종종 면회를 오고 있다는 라틴계 미국인은 이날은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라틴계 이민자의 가족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어린 아이들도 많았다. 수용소 관리관은 한국 취재진에게도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4일 ICE 등이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한 뒤 수감자들은 대부분 포크스턴 ICE 불법체류자 구금시설(프로세싱센터·processing center)과 함께 있는 디레이제임스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으며 약 4시간 거리의 스튜어트 디텐션 센터에는 일부 여성 수감자들이 수감돼 있다. 시설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들은 대부분 건강에 문제는 없으나, 일부 필요한 의약품을 한국 영사 당국이 전달한 사례도 있다.

구금시설 관리자가 면담 요청자들을 해산시킨 뒤 오후 1시쯤 현장 영사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가 구금시설에서 나왔다. 여러 영사들이 진행한 개별 면담과 별개로 조 총영사는 식당에 모인 한국인 수감자들을 따로 안심시키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최대한 신속히, 희망하시는 분들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0일, 수요일에 수용소에서 50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이들을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별 희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되도록 한번에 이들을 귀국하도록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자진 출국시 5년간 미국에 방문할 수 없는데, 이를 원치 않으면 기약 없는 재판을 해야 한다. 구금자들은 구금시설에서 석방된 뒤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바로 공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미 이민 당국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대통령실은 7일(한국시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히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크스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