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가 임명한 추기경, 레오 14세 : 순혈 대통령 vs 혼혈 교황

2025-05-25

제국을 꿈꾸는 대통령 vs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교황

출처 - (링크)

트럼프가 며칠 전 카타르 왕족으로부터 초호화 점보 여객기 보잉 747-8 한 대를 선물 받았다. 말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받은 선물이라고 하는데 트럼프가 받은 것인지 미국이 받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비행기를 트럼프 전용기 에어포스 1로 개조해서 쓰기로 했다고 하니 트럼프에게 선물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황제를 꿈꾸는 트럼프의 사익과 미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한, 이 어마어마한 선물은 세계 역사상 공개적으로 공여한 최대 금액의 뇌물로 기록될 것이다. 개인이 받은 것이 아니어서 뇌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21세기에 속국이 종주국에 바치는 조공이 부활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가 너무 당당하게 비행기를 받는 통에 이게 정말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지 아닌지도 설왕설래 중이다. 꼴 때린다.

비행기 조공에 이어 트럼프는 황제가 되려는 속셈도 전 세계인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우디와 중동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는 사우디 왕 살만을 앞에 앉혀 놓고 장장 1시간 내내 혼자 떠든 원맨쇼를 하며 살몬을 일으켜 세웠다 앉혔다 하면서 자기가 중동을 지배하는 우두머리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권을 행사하는 살몬의 난감했던 표정이 정말 볼만했다.

지난 2017년 3월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

출처 - 트위터캡처

연설 내용은 거의 다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블러핑이었다. 영국이나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역사적 협상이라고 과장했다. 알고 보면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병적인 돈과 권력 집착을 꾹꾹 눌러 채운 싸구려 스탠딩 코메디쇼였다.

관세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그가 고립주의를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틀렸다.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미국을 19세기와 20세기 식민지 땅따먹기를 하던 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원맨쇼에서 그나마 새겨들을 대목은 중동의 식민지 역사와 시리아 경제 제재를 거들먹거리며 알아서 살아가라(your own destinies in your own way)라고 떠든 것이다. 이 말은 흔히 하듯 중동 국가의 독립성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다. 이 말의 숨은 뜻은 앞으로 미국이 21세기 새로운 제국주의 폭주 기관차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캐나다, 가자 지구, 우크라이나… 꿀물이 나오겠다 싶으면 다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면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이런 면에서도 카타르 왕가가 선사한 비행기는 미 제국의 창업을 선언한 트럼프에게 카타르 왕가가 선물한 첫 번째 조공이 맞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짓은 역사적으로 정확히 독재 권력이 해오던 짓거리다. 거짓말을 반복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집단 착각과 있지도 않은 피해망상에 빠지게 만들어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적대하고 혐오하게 만든다.

국민들의 가슴에 지핀 혐오와 적대감을 더욱 부추기고 지금까지 잘 고치고 다듬어 써왔던 법과 제도를 모조리 파괴한다. 오직 자기 자신과 가족, 주변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 조직 전체가 복무하게 만드는 법과 제도를 만든다. 지금 그 일을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일이다.

출처 - (링크)

반면 교황은 언론인들과 만나는 첫 자리에서 권력에 의해 구속되고 갇힌 언론인을 풀어 주라고 촉구했다. 언론 자유는 삼권분립과 더불어 한 국가의 민주정을 지탱하는 가치고 근간이다.

조중동, 폭스 같은 거짓 뉴스를 양산하는 찌라시들도 언론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런 사기꾼들 때문에 언론 자유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도 아닌 기와집을 허물 수는 없다. 교황은 그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세상의 모든 권력에 그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국민 손으로 뽑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배척하며 독재 권력을 갈망한다. 반면, 세상 어느 권력보다 막강한 종교 권력을 가진 교황은 도리어 언론 자유를 촉구하며 민주정을 수호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와 레오 14세… 정말 절묘한 그림이다.

순혈 대통령 vs 혼혈 교황

2017년, 시사 주간지 '슈테른'은 트럼프가 나치식 거수경례 하는 합성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트럼프는 본인 입으로 독일계 백인 순수 혈통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떠들어 왔다. 뉴욕에서 태어난 아빠, 프레드 트럼프도 독일 태생으로 출생지를 세탁했다. 자기 뿌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생학 같은 유사 과학 위에 키운 비뚤어진 세상을 보는 눈, 인종차별을 깔고 앉아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트럼프는 자신이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는 인류가 해오던 모든 차별의 모듬 세트가 트럼프라는 것을 잘 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성차별뿐만 아니라 인류가 소수에게 하는 행하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꼼꼼하게 찾아서 하는 듯하다. 글로벌 최강국의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파급력은 더 커졌다.

순혈은 유전생물학적으로도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양성 생식 중 가장 취약한 번식 방법이다. 환경 변화에 따른 적당한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억제해서 신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얻기 때문이다. 주걱턱과 낮은 지능으로 유명한 스페인 제국의 합스부르크 가문의 왕들이 순혈주의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류가 근친 간 교배를 터부시한 것은 진화 유전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잘한 일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개나 고양이의 혈통, 즉 순종을 고집하는 건 반려동물의 건강한 신체와 지능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다.

혹독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지고지순한 이미지를 덧씌워 순혈을 강조해서 사람들이 우러러보게 만들던 시대가 있었다. 특히 혈통으로 부와 권력을 세습하던 계급 시대가 그랬다. 하지만 순혈주의의 생물학적 폐해와 과학적 오류가 드러난 현대에도 트럼프처럼 순혈을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바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자멸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나락으로 맹렬하게 말달리는 장군은 혼자 가게 내버려둬야지 따라가면 안 된다. 역사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순장조가 된다.

출처 -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트럼프가 열심히 삽질하는 동안, 2000년이나 꼬장꼬장 고리타분했던 가톨릭의 하느님은 21세기를 사는 지구인들에게 여러 대륙에 뿌리를 둔 인물을 21세기 세 번째 교황으로 선택했다. 그는 가장 과학적이고 현명하며 안전한 평화의 길을 보여 주고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미계 미국인 레오 14세는 인류가 앞으로 나가야 하는 건강한 방향을 제시한다.

혼혈처럼 시대착오적이고 편견이 담긴 비과학적 용어도 없다. 호모 사피엔스의 피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 혈액형이 같으면 피부색, 머리 색깔, 머리 크기나 두상, 팔길이 같은 체형에 상관없이 피를 주고받을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약 24만 년 전 혹은 그보다 더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나와 전 세계로 흩어졌다는 건 이제 과학적 사실로 간주되며 상식이 되었다. 지구상에 있는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동일 모계에서 유래한 미토콘드리아를 공유하고 있다.

문화적 뿌리가 아닌 생물학적 우수성을 돋보이고자 독일계, 아일랜드계, 유대계, 한국계, 중국계 따위의 구분이 한마디로 쓸데없다는 소리다. 인종차별은 자신의 무식과 감춰지지 않는 편협을 드러내는 일이다.

교황의 건강하고 까무잡잡한 얼굴색은 태닝 탱크에 드러누워 일부러 살을 태워 눈 주변만 허연 트럼프의 얼굴과 대비를 이룬다. 이 또한… 정말 절묘하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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