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산타마리아 델리안젤리 성당에서 ‘평화 레퀴엠’
제주 어린이 13명으로 구성된 ‘제주 유스코러스’ 공연
“제주 방문단, 프란시스코 교황 선종으로 알현은 못해”

제주4·3희생자 추모곡인 ‘평화 레퀴엠(Requiem·진혼곡)’이 로마 교황령에서 울려 퍼진다.
제주4·3평화레퀴엠추진위원회(위원장 한동수 도의원)는 오는 6월 24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령인 ‘산타마리아 델리안젤리 성당’에서 4·3진혼곡을 연주한다.
이 성당은 미켈란젤로가 순교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대성당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마조레 대성당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마조레 대성당을 선택하면서 공연 장소가 변경됐다.
이번 공연에는 로마오페라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 단원 40명과 어린이 합창단원 6명,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합창단원 32명 등으로 구성된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제주 어린이 13명으로 구성된 ‘제주 유스코러스’가 참여한다.
제주 방문단은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를 중심으로 50~60명으로 꾸려진다. 이들은 6월 24일 공연과 25일 심포지엄을 가진 후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이 확정됐지만, 교황 선종으로 알현은 못하게 됐다.
교황이 선종한 뒤 9일간 추모 기간이 지나면 교황 선출 회의, ‘콘클라베’가 소집되며, 5월 초 새 교황이 선출될 예정이다.
한동수 위원장은 “6월에 바티칸으로 가는 제주 방문단이 새로운 교황을 알현할 수 있도록 교황청 비서실장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기획과 연출은 제주 출신으로 4·3유족인 부종배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성악가, 음악감독은 제주 출신인 문효진 작곡가, 지휘는 파브리치오 까시(Fabrizio Cassi)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지휘자가 각각 맡았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희년을 맞아 4·3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이번 공연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종배 성악가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뜻을 기리며 공연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동수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희년을 선포하면서 제주4·3이 지향하는 평화와 상생 정신과 맞아떨어지면서 4·3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 레퀴엠 공연을 마련하게 됐다”며 “13명의 제주 어린이들과 함께 성공적인 공연이 이뤄지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교황은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기도를 하면서 한국인들에게 크나큰 위로를 안겼다.
88세 일기로 선종한 교황은 영남지역의 대형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한 한국 국민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국을 향한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