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이뤄진 민주주의 실험…"주민 참여"

2024-06-30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전국 모든 지방정부가 민선8기 출범 2주년과 맞물려 단체장의 주요 성과와 치적을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는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른바 ‘선출된 권력’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자신의 결정에 반하는 의견을 묵살하거나 발목을 잡는 행위로 규정하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목도하게 된다.

유럽 포퓰리즘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에밀리아 팔로넨(Emilia Palonen)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는 로컬 민주주의(또는 거버넌스)에 그 해답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관 주도가 아닌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포용적이고 수평적인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팔로넨 교수는 지난 27일 대전 중구 대사동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지역 거버넌스의 새로운 길을 묻다’ 좌담회를 통해 핀란드 마우눌라 지역에서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에밀리아 팔로넨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 대전 중구서 특강

팔로넨 교수에 따르면 핀란드 수도인 헬링키의회에는 동부지역 대표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우선투표비례대표제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이기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한다.

마우눌라는 참여에 대한 전통이 강한 지역으로, 팔로넨 교수는 민주주의 시범 프로그램에 대한 실험에 착수하게 됐다고 한다.

팔로넨 교수는 특히 대규모 회의에서 주민 대표자로 선출됐으며, 이로 인해 청소년센터, 시민 교육기관 등으로부터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도서관 건축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건축가와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팔로넨 교수는 주민 모두가 원하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회의체를 조직, 개방적인 토론을 진행했으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역할극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팔로넨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하지 않은 것은 하향식 모델, 즉 시에 의해 주도된 모델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향식 모델은 관료 조직을 주민들로부터 분리시키고, 담당 부서장들이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이것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런 구조에서는) 퍼실리테이션도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자율성과 신뢰할 수 있는 협업을 경험했다. 서로를 알게 됐는데 이것은 헬싱키에선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공무원과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을 통해 미래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자 제공자로서 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팔로넨 교수는 그러면서 그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때 선출직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굉장히 슬픈 건 시간을 내서 참여한 선출직들은 소수였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일부 참여한 선출직들은 헬싱키의 의사결정에 시민과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우리는 추가 자원들을 제안하고 섭외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시 주도 하향식 모델 받아들이지 않았다…다양성 포용하고 수평적 플랫폼 만들어야”

팔로넨 교수는 “마침내 이 과정에서 그 계획에 참여했던 사람들 사이에 ‘하나가 됐다’는 마음이 생겼고, 이같은 마우눌라 모델은 시민들에게 문화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헬싱키 다른 지역의 것과는 굉장히 반대되는 현상”이라며 “문화프로그램은 예산을 가진 결정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

다음으로 팔로넨 교수는 주민들이 강력하게 원했던 카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를 소개한 뒤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결정적인 순간 청소년센터관장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이것은 나의 투쟁’이라고 절실하게 말했다. 카페를 얻지 못하면 시민의 대표자로서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관장은 ‘관료주의라는 정글을 향해 칼을 갈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그 카페는 헐씬 포용적이고 친근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팔로넨 교수는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급진적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자신이나 특정한 이익을 대표해선 안 되고, 그것을 넘어선 어떤 것들을 대표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표성의 요점은 다양한 요구를 수집하고, 그로부터 다양성을 포용하고 수평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때때로 저는 참여와 협치의 의사결정에 대한 민주적 모델을 세대마다 새롭게 바꾸고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포용성, 시민 주도의 거버넌스가 그보다 덜한 방향으로 간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팔로넨 교수는 “우리 모두가 함께 배워야 하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거버넌스를 허용해야 한다. 경계심과 개인의 이익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과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며 “비록 우리가 그들을 완전히 대변할 순 없겠지만, 지금보다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순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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