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우리의 노래, 마음의 노래

2025-03-05

폭설이 쏟아졌다. 신은 한결같아서 3월이 오고 아이들이 입학할 즈음이면 꼭 바람신인 영동할매를 앞세워 꽃샘 추위가 다녀간다. 이맘때쯤 꼭 한두 번 다 떠난 줄 알았던 북풍이 다시 불고 폭설이 내린다. 김광균의 시 ‘’설야’‘에서는 눈이 내리는 소리를 ‘……어느 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로 표현했다. 눈은 이처럼 소리가 없다. 한풍(寒風)에 날릴 때, 그 바람소리에 실려 “후후후-쉬쉬- ……”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내릴 때에 비로소 소리를 낸다.

얼마 전 며칠간 폭설이 내렸다. 그처럼 폭설이 내리던 날 전남 강진에서는 ‘청자축제’가 열렸다. 요즘 핫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지현 가수를 비롯하여 요요미, 박창근, 손태진, 마이진 등 주로 트로트 오디션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가수들이 기념식에 초청되어 노래를 불렀다. 야외무대 안까지 눈발이 들어오는데도 그 강추위를 견디며 박수를 치고 모두들 흥겨워했다. 가정이 어려워서 어머니와 함께 바다 생선을 손질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박지현은 미스터트롯2에서 선에 당선된 뒤 ‘나혼자 산다’, ‘아는 형님’, 등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솔직한 멘트 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예능감까지 인정받아 섭외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팬카페 회원 수도 5만명을 넘었고, 브랜드 평판 순위도 임영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무명이었던 박지현은 이처럼 트로트 오디션에 참여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단번에 최상위 팬덤을 보유한 유명가수가 되었다. 박지현은 노래도 물론 시원하게 잘하지만 ‘나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버지의 집안일을 도와주고 늦은 밤 아버지와 길거리 자판기에서 믹스커피를 뽑아 마시며 나누는 아버지를 향한 효심이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면서 인성까지 훌륭한 가수로 평가 받아 대중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박지현은 또 트로트를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그 가사가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아 좋아한다고 했다.

음악은 세상 만물의 영혼을 춤추게 하는 신령한 소리이다. 위대한 예언자들은 위대한 음악가였고, 음악은 서로 다른 것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신비함이 있다. 그래서 국적과 인종과 남녀와 연령과 생각이 달라도 어느 한 음악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다. 음악이라는 소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한 리듬이라는 신비한 형상으로 언제나 존재한다. 바로 그 리듬이 음악이라는 소리이다. 그 리듬이나 소리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서 각각 좋아하는 가수나 좋아하는 노래가 달라진다. 나라마다 행운과 불운을 상징하는 색이 다르고 숫자도 다르듯이 사람들도 그 사람의 현재 처한 상황이나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이나 가수가 다르다.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행복하거나 분노한 상태인지에 따라 빠른 리듬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느린 리듬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한다. 또 맑은 목소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판소리 명창 같은 탁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음악은 영혼의 소리이다. 그 사람이 선하면 선한 음색의 노래를 부르고 그 사람이 악하면 불편한 음색으로 노래를 한다. 어느 한 가수가 그 분야의 대가에게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물으니 먼저 착해야 한다고 단 한 마디로 잘라 조언을 했다.

요즘 M방송사와 J방송사에서 각각 음악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미 막을 내린 M방송사에서는 장구의 신인 박서진이라는 가수가 1등을 했다. 박서진도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을 하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의 뱃일을 도우며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어렵게 트로트 가수로 성공했다. J방송사는 이제 결승만 남았는데 3살때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는 김용빈이라는 가수가 대중들의 인기투표에서 1등을 하고 있다. 또한 중학교때부터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혼자 살아야 했던 박지후라는 가수도 택배기사, 에어컨기사 등 많은 고생을 했지만 TOP10에 들어가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다.

음악이라는 소리의 힘은 색깔의 힘보다 훨씬 강하다. 소리는 인간 존재의 심연에서 나오며 소리만이 우리 인간 존재의 그 깊은 심연까지 닿을 수 있다. 음악이라는 소리만이 우리의 영혼 깊숙이 들어와 각각의 아픈 영혼들을 치유해 줄 수가 있다. 그래서 영혼의 소리인 그들의 음악, 즉 역경을 이겨낸 그들의 착한 노래들이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아 힐링되고 정화되고 위안을 주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들의 삶을 가사로 쓰고 곡으로 만든 트로트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은 더 친숙하고 소탈하게 우리의 마음 안에 들어오고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 우리 민중의 한과 애환이 그대로 담긴 트로트 한 곡 들어보면서 노란 산수유꽃 피는 3월을 맞이해보자.

정영신 前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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