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소설쓰기로 1970~80년대 한국문학 이끌어
1968년부터 2002년까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재직
황석영 작가 "1960년대 한국 단편문학의 빛나는 결정체" 극찬

실험적인 소설쓰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며 1970~80년대 한국 문학을 이끈 소설가 서정인(본명 서정택)이 14일 밤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6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1962년 잡지 ‘사상계’에 단편소설 <후송>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 소설 <강> <가위>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 장편소설 <달궁> <봄꽃 가을 열매> 등을 펴내며 왕성히 작품 활동을 했다. 1968년부터 2002년까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퇴임 후에도 2009년까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2009년 7월에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으로 선임됐다.
196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강>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담아내 문학계의 극찬을 받았다. 실제 황석영 작가는 “1960년대 한국 단편문학의 빛나는 결정체”라고 평한 바 있다.
서정인의 문학은 인간의 타락과 삶의 어두운 측면을 정제된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87년 출간한 <달궁> 3부작은 판소리와 소설을 접목한 독창적인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소설은 한국전쟁 중 부모와 헤어진 후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주인공 인실이 부정과 허위만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일생을 그렸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저자 특유의 형식 파괴적 실험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꼽힌다.
사회의 모습을 해학과 아이러니로 형상화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을 시도한 작가는 한국 문학작가상, 대산문학상, 월탄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2년 녹조근정훈장,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 김포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 7시, 장지는 용인평온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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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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