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소프트웨어 없이 AI 강국도 없다

2025-04-27

최근 이해민 의원실(조국혁신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소프트웨어(SW)를 주제로 한 간담회가 열렸다. 인공지능(AI) 이슈 홍수 속에서 SW가 핵심인 간담회는 오랜만이었다.

행사는 성토의 장이 됐다. 잦은 과업변경과 이에 대한 대가 미지급 등 여전히 바뀌지 않는 SW 사업 관행에 업계는 체념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구동성 지적한 것은 SW 파워 없이는 AI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강국은 차치하고 SW의 기본이라도 다지려면 공공 SW 시장에서 건전한 생태계가 확립돼야 한다. 공공은 SW 기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공공은 새로운 SW 기술을 선도 도입해 확산하는 테스트베드이자 배양토다. 적절한 진흥책과 규제, 예산 지원은 영세한 국내 SW 기업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공공 시장의 중요성은 크다. 기업이 품질을 높이고 민간 시장과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속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난 20여년간 지속돼온 공공 SW 분야의 고질적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정부 의지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양한 SW 인증제(GS인증, CSAP 등)를 둘러싼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했고 몇 달만에 시행했다. 당시 SW 업계 이해도가 높았던 강도현 차관이 적극 나섰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제 '인증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적다. 이 역시 수년간 매번 지적됐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였다. 정부 담당자 의지가 있고 실행력을 동반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이슈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사업 적정 예산 확보도 필수다. 기업은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남겨야 투자도 하고 고용 창출과 수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공공 SW 사업을 이끄는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이 거의 없다. 국산 패키지 SW 기업 중에는 여전히 유지관리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는 곳도 많다. SW 업계가 적정대가·제값받기 등을 줄기차게 외치는 이유는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고질적 문제 해결과 적정 예산 확보를 위해선 이 두가지를 풀어낼 거버넌스가 동반 확보돼야 한다. 20년 전 전자정부 초석을 닦은 이들은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다시 한 번 집행해야 공공 SW 시장의 획기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정부 출범 당시 발을 내딛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위)가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디플정위는 시작때부터 칸막이 정부를 해소하고 획기적 대민 서비스 제공를 위한 대대적 정부 혁신과 투자를 예고했다.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AI 패권 전쟁 속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AI 경쟁력의 기반인 SW 투자·정상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모래위 성을 짓는 것과 다름없다.

이해민 의원은 간담회 말미에 “AI는 SW다. AI G3가 되려면 SW 강국도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차기 정부와 정치권에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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