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부회장, 스톡옵션으로 814억원 차익 실현
시장선 “성과 대비 적다” 평가... 밸류업 성과 ‘극찬’
2년 연속 주주환원율 50% 이상 약속 지켜 긍정 평가
조정호 회장 철학 투영 “주주와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메리츠금융지주에 ‘A+’ 평가
주총서 ‘노 밸류업’ 시사한 한투지주에는 불만 쇄도
한국금융지주 주주환원 여력 충분한데... 환원율 27% 그쳐
“주주와 소통 필요, 중장기적 회사 이익 방향 고려해야”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주주환원’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밸류업 모범생' 타이틀은 얻은 반면, 최근 주총에서 사실상 '노 밸류업'을 선언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문제아'로 평가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김용범 부회장, 최희문 부회장,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는 지난달 보유한 스톡옵션 전량을 행사했다. 김 부회장은 이를 통해 814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통상 국내에서 거액의 스톡옵션 행사는 비판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지만, 김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의 차익을 두고 '성과 대비 적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는 메리츠금융지주의 밸류업 행보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초 총주주수익률(TSR)에 대한 내용이 담긴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공시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결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부터는 내부 투자, 주주환원 수익률을 비교한 다음,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자본 배치를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53.1%에 달한다. 2023년의 주주환원율 역시 51.2% 수준으로, 밸류업 계획에 제시한 약속을 2년 연속으로 지킨 셈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올해 역시 주주환원율이 50%를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조 회장은 "주주와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같은 기조는 상장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점, 주주와 함께하는 열린 기업설명회를 업계 최초로 진행한 점 등 다각도로 드러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를 두고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지닌 목표와 절차가 명확하고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됐기 때문에 A+ 학점을 부여한다"며 "모든 상장사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 평등 원칙을 배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밸류업은 배당보다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주주환원 정책은 논외라고 말한 셈이다.
KB부터 신한, 하나, 우리 등 시중 은행계 금융지주는 물론 메리츠금융지주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지 오래인데, 한국투자금융지주만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 같은 기조는 그룹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등도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노 밸류업' 기조에 주주들의 불만은 높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오너가 주주들 피를 빨아 배를 불리는 중", "주주총회를 뭐하러 했냐",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을 신경 안 쓴다는 말을 들어야 하냐", "주주 가치를 무시하니 주가가 실적에 비해 매번 턱없이 저평가되는 중" 등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주주환원에 대한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더 따갑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매출 23조 2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 391억원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6.8% 성장한 수준이다. 특히 주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 2837억원, 1조 1123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주환원율은 경쟁사 대비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지난해 잠정 실적 기준 26.9%에 그친다. 메리츠금융지주(53.1%), 신한금융지주(40.2%) 등 타 금융지주는 물론, 미래에셋증권(40%)에 비해서도 한참 밑돈다.
김 회장은 주총에서 '배당보다 성장'을 언급한 만큼 보험사 인수에 속도를 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해 왔다. 시장에서는 그 대상으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을 언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를 이전부터 추진해 온 만큼 그 과정에서 비용적인 부담이 있을 테고, 당장의 주주환원 여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체적으로 지닌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있다면 소통을 조금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명시된 방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영승계로 인해 당장의 밸류업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는 2019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해외지점에서 근무 중으로,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승계로 인해)지분을 추가 취득하기 위해서라면 주가 부양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며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밸류업보다는 당장 기업 이익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