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뮤지컬 콩쿠르 “뮤지컬 넘버는 넘버원, 무대의 꿈은 오픈런”

2025-08-23

폭염 속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매미의 분투는 처절하다. 폭염 속에도 꿈을 좇는 메아리는 간절하다.

23일 강동구 호원아트홀은 분주했다. ‘2025 경향 뮤지컬 콩쿠르’에서 그간의 노력을 쏟아낸 예비 뮤지컬 스타들의 ‘기도문’이 이곳저곳을 가득 채웠다.

이슬람사원의 통성 기도 아잔(Adhan)이 오버랩됐다. 그 소리가 퍼져가고 있다는 것은 ‘2025 경향 뮤지컬 콩쿠르’의 경연 무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는 신호다.

앞서 지난 5~10일 6일간 중구 정동 경향마트홀에서 총 468명, 부문별로는 초등부 154명(개인 134팀, 단체 20팀)·중등부 74명(개인 68팀, 단체 6팀)·고등부 98명(개인 95팀, 단체 3팀)·대학일반부 142명(개인 138팀, 단체 6팀)이 격전을 벌였다.

이 관문을 통과한 본선 진출자는 총 47명(개인 40팀, 단체 7팀), 부문별로는 초등부 12팀·중등부 7팀·고등부 7팀·대학일반부 14팀, 단체로는 초중고등부 5팀·대학일반부 2팀이 최종전에 나섰다.

이날 무대에 오른 본선 참가자는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으로 아티스트의 폼새를 드러냈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눈빛엔 뮤지컬을 향한 아마추어의 순수함이 뚝뚝 떨어져 애잔하기까지 했다.

실력은 가려낼 수 있다지만, 저 순수는 어찌 가름할 수 있을까. 심사위원이 이날 내린 평가는 선업일까, 악업일까…. 그래서 경연보다 참가에 방점을 찍는다고 말하는 이가 그리도 많았나 보다. 우열을 가리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열정이 이들에게서 엿보였다.

올해 8회째를 맞는 ‘경향 뮤지컬 콩쿠르’는 뮤지컬의 역사가 파노라마로 흘렀다. 우리 대학로와 각종 아트홀을 채웠던 뮤지컬 넘버가 핀조명과 함께 무대에 전사됐다. 참가자의 노래는 메트로놈의 교과서적 정박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썼고, 연기와 더불어 펼쳐진 움직임은 누구랄 것 없이 스타카토를 찍듯 통통 튀었다. 그들이 연기한 무대는 때론 뉴욕 브로드웨이를, 어떤 땐 런던 웨스트엔드를 통째로 옮겨 놓은듯한 착각이 불러일으켰다. 뮤지컬 특유의 발성이 무대를 촘촘히 채웠고, 이들의 연기는 무대를 아낌없이 찢었다.

역시 뮤지컬 ‘위키드’는 약방의 감초였다. 이 작품은 다양한 넘버로 갈아입고 무대를 흔들었다. ‘마담 퀴리’·‘스웨그에이지’·‘웃는 남자’·‘영웅’도 꼬리를 물었다. 이들 중 일부는 ‘경향 뮤지컬 콩쿠르’의 입상을 보장하는 ‘족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만국기 펄럭이는 운동회처럼 다양한 뮤지컬 넘버가 이날 무대에 차고 넘쳤다.

알토란 같은 진성 관객의 초롱한 눈빛이 발광체로 반짝인 객석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바라본 열정에 뒤처지지 않았다. 다만 심사라는 엄숙함에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자중할 뿐이다.

이날 대상의 영예는 김송희(안양예고)의 몫으로 돌아갔다. 앞서 “객관적인 평가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한 김송희는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우수상은 대학·일반부에서 ‘Newsies’의 ‘산타 페’를 선보인 한은빈(한국예술종합학교), 고등부에서는 ‘멤피스’의 ‘영혼의 노래+정신 나간 휴이’를 부른 임우균(관악고), 초등부에서는 ‘위키드’의 ‘중력을 벗어나’를 가창한 김해나(서울왕북초), 초중고등부 단체에서는 ‘오지게 재미있는 가시나들’의 ‘노래자랑’으로 무대에 오른 정윤아(뮤지컬단 율하) 외 2명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총 10팀이 우수상을 받았으며, 전의찬 참가자는 카이 특별상을, 이승민 참가자는 EMK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콩쿠르의 주관사인 경향신문 김석종 사장은 경향 뮤지컬 콩쿠르에 대해 “경향신문이 의욕적으로 펼치는 3대 음악 콩쿠르인 74회를 맞은 이화 경향 음악 콩쿠르와 19회 치러진 경향 실용음악 콩쿠르의 뒤를 잇는 콩쿠르”라며 “올해 8회로 그 역사는 짧지만, 그 열기는 다른 콩쿠르에 뒤지지 않는다”며 참가자의 열정을 칭송했다. 이어 “내년은 경향신문 80주년을 맞는 해다. 그에 걸맞는 규모로 경향 뮤지컬 콩쿠르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콩쿠르는 경향신문·스포츠경향이 주최하고, EMK엔터테인먼트·S&Co·OD컴퍼니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심사위원은 세종대 송현옥(극단 물결 대표) 교수, EMK엔터테인먼트 김지원 대표, 뮤지컬 배우 박해미, 이성준 음악감독, 뮤지컬 배우 카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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